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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인 Apr 09. 2024

진돗개와 싸웠다 1화

1. 사람이 개와 싸운다면?

어려서부터 나는 동물들을 유난히 좋아했다.
어미닭을 쫓아다니는 병아리를 잡으려다 커다란 수탉에게 머리꼭지를 쪼이는 무자비한 테러를 당하기도 하였고 얌전하게 풀 뜯고 있는 염소 등을 타고 놀다가 무리의 우두머리 격이 되는 숫염소 뿔에 받혀 공중으로 날아간 적도 있었다.


래서 나는 동물들을 괴롭히면 반드시 보복을 당한다는 진리를 매우 어린 나이에 터득했었다.
그럼 과연 동물들도 우리 인간들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을 것인가?
인간들만큼 표현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동물들도 분명한 감정이 있다고 본다.
전에 내가 세 들어 살던 집에는 어린 진돗개 한 마리가 있었다.람으로 치면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 청소년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런데 이 녀석은 성질이 약간 고약한 놈이다.진돗개는 아주 영리한 동물이라 집안식구는 물론 친척들도 기가 막히게 알아보는 영특한 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같은 집에 살고 있었던 나에게는 절대로 정을 주지 않았다.주인집 식구들에게는 갖은 애교를 부리던 녀석이 나만 보면 눈꼬리를 추켜올리며 작게 으르렁 거리길래 친하게 지내보자고 녀석의 머리쓰다듬었다.(사람이 아닌 짐승에게는 머리가 아닌 대가리라는 표현이 맞지만 요즘은 짐승들에게도 머리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그러나 계속 으르렁 거리길래 괘씸해서 그냥 가볍게 콩!~하고 알밤을 먹였는데 그 이후로 녀석과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다.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러 나갈라치면 자기 집에서 쏜살같이 뛰어나와 동네가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짖어대고 또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얌전히 있다가도 나만 보면 영락없이 왕!~왕!~ 짖어댔다.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하며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나만 보면 짖어대니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아예 노이로제로 발전하고 말았다.석과 좀 화해를 하고 싶어서 계란 프라이도 주고 맛있는 고기도 주면 먹을 것은 잘 받아먹다가도 다 먹고 나면 여전히 죽어라고 짖어댔다.내가 한번 가볍게 녀석의 대갈통을 쥐어박았다고 내게 앙심을 품은 것이다.


진돗개의 특성은 한번 앙심을 품었던 인간과는 절대로 화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녀석을 통해서 알 수 있었는데 정말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자신의 개가 나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다는 것을 주인도 알게 되었는데 하루는 주인아줌마가 녀석을 내 앞에 끌고 와서는 마치 어린아이 타이르듯이 훈계도 하였지만 아니?

개가 사람인가?그런다고 말귀를 알아듣게....
그 이후로도 녀석의 나에 대한 감정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졌다.
젠 정말 못살겠다... 빨리 이 집을 나가야 했는데 한낱 개에 불과한 녀석에게 밀려 집을 이사 간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디 한번 끝까지 해 보자 이놈아!!~~

근데... 이거 개와 인간이 싸우면 어떻게 되는가?


1. 개와 인간이 달리기 시합을 하였는데 개가 이겼다 이럴 때 패한 인간을 부르는 말은?

정답: 개~만도 못한 놈!~

 2. 개와 달리기에서 이번에는 인간이 이겼다 그때는?



정답:개~보다 더한 놈!~

3. 이번에는 개와 인간이 무승부가 되었다.

정답:개~같은 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개와 싸워봤자 이기든, 지든, 비기든 하나도 될 게 없다.그렇다고 허구한 날 녀석에게 당하고만 어야 하겠는가?
라!~모르겠다 어떤 말을 들어도 좋으니 때를 기다렸다가 녀석에게 인간이 무섭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그때는 다름 아닌 주인 식구들이 하나도 집에 없는 때를 말하는 것이다.
녀석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든든한 주인백을 믿고 저 난리를 치는 것이니 주인이 없을 때 녀석의 버르장머리를 확실히 고쳐줄 심산이었다.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
주인 식구들이 어느 날 몽땅 시골집에 내려간 것이다.주인아줌마는 떠나면서 나에게 개 밥 잘 챙겨주라고 웃으면서 부탁하였고 나 또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그러마!~ 하고 대답했지만 주인아줌마는 음흉한 나의 미소 속에 감추어진 삼단계 레퍼토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삼단계 레퍼토리란?

1단계:튼실한 몽둥이를 준비한다.

2단계: 녀석과 나 사이에 몽둥이를 놓고 더 이상 나를 보고 짖지 말 것을 좋은 말로 협상한다.

3단계: 협상이 결렬되면 무자비한 응징에 들어간다 우하하하!!~~

만약 애견가들이 내 글을 읽으면 무지하게 발끈하시겠지만 그동안 내가 당했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안한다면 아마 이해를 할 것이다 아님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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