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이야기 7화

나를 변화시킨 사람.

by 현동인

성당 청년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바뀌자 그들을 대하는 내 행동도 달라졌다.

내가 가입했던"청년 레지오"란 단체는 자발적인 봉사를 하는 단체다.
그들이 하는 봉사라고 하는 것들은 성당에서 예비 신자들에게 이름표를 나누어 주는, 딱히 봉사라고
할 수도 없는 대수롭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회합 중에는 개인의 활동보고 시간들도 있었는데 한 청년이 퇴근길 버스에서 노인분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고 보고를 하였고 그 청년의 말을 듣고는 다른 청년들이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코웃음이 나왔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미덕인데 이런 것도 활동이라고 보고를 하다니...
그런 나의 속 마음을 읽었는지 보고를 했던 그 청년이 한 마디 덧 붙여 말하였다.

"내가 만약 레지오 단원이 아니었다면 자기는 눈을 감고 자는 척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희생하는 마음으로 그 노인께 기꺼이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음...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는 있군...

눈을 감고 자는 척했었다면 다른 누군가 노인께 자리를 양보했을 것이고 그 청년은 편안하게
집까지 앉아서 갈 수도 있었을 테니 희생한 것은 맞네...

그렇다 할지라도 정말 봉사다운 봉사를 하려면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는데 그때 누군가
"사랑의 둥지"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곳은 가톨릭 단체에서 운영하는 행려자 보호시설로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장애인이나 나이 많은 노숙자들을 보호해 주는 시설이었다.

그곳에 가면 한창 힘이 넘치는 20대 청년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았기에 모두들 망설임 없이"사랑의 둥지"란 곳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사랑의 동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청년들은 상당히 긴장되어 있었다.

집에서는 청소, 빨래는 물론, 설거지 한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왕자, 공주들로 살아온 그들이었다.

자신들이 평소에는 가까이해 본 적이 없었던 행려자들과 장애인들을 보게 되자 청년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파도처럼 그들의 안면을 휩쓸고 지나갔다. 세상에서 불행이란 불행은 모두 겪었을듯한 행려자, 장애인들과 온실의 화초처럼 살아왔던 청년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인물은 "요셉"이란 세례명을 갖고 있는 40대의 한 장애인이 있었는데 그분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혼자서 앉아 있을 수 없고 휠체어가 없으면 밖에도 나갈 수가 없고 온갖 인상을 써가며 침을 몇 번이고 튀기면서 더듬어야 겨우 말 한마디 할 정도로 심한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었다.

손조차 제대로 쓸 수 없으니 식사 때도 봉사자들이 밥을 떠먹여 주어야만 겨우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언제부터 그런 몹쓸 병에 걸려서 고생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로부터도 버림을 받고서 이곳 "사랑의 둥지"터줏대감이 되어 있었다.

아주 왜소한 체격에 머리숱도 거의 없는, 세상의 잣대로 보면 이보다 더 불행한 남자는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그분은 의외로 "사랑의 둥지"를 방문하는 봉사자들로부터는 많은 인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청년들의 중매까지 맡을 정도로 사랑의 메신저 역할까지 하였는데 요셉님 주위에는 청년들로 북적였다.

요셉님의 얼굴은 항상 밝고 평온했으며 자신은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기에 불행하다고 여긴 적이 없다고 한 그분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의 온갖 불행은 다 겪으면서 살고 있는데 자신은 행복하다니?
요셉님 같은 사람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는 그분에 비하면 얼마나 큰 축복을 받으며 살고 있는가. 이제껏 나는 남과 비교하면서 부정적으로만 살았다.

그랬었기에 나는 결코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요셉님을 만나고 난 후부터 나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분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내가 불행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