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이야기 20화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륜.

by 현동인

내게 고백할 말이 있다는 은영이의 말을 듣자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막장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빠... 사실은 나... 그 남자 만났어...

그 남자? 누구를?

오빠도 잘 알잖아... 상무님...

상무를? 언제부터?

송년회 다음 날부터... 그 사람이 만나자고 자꾸 전화가 와서 오빠 모르게 몇 번 만났어...

그 녀석과 만나서 뭐 어쨌는데!~

나와 결혼하고 싶대...

막장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사건을 은영이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자 아득함이 밀려오면서 순간적으로 화가 솟구쳤다.

짝!~~ 하는 소리가 호프집의 어두침침한 조명을 흔들며 울려 퍼졌다.

내 평생, 여자의 따귀를 때려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여자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녀석들을 경멸했었다 그런 내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여자에게 따귀를 날린 것이다. 나의 신조가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로 여자에게 폭력은커녕 욕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따귀라는 폭력을 행사하고 말았다. 그것도 무남독녀 남의 집

귀한 딸에게...

야이!~가시나야!~~ 하고 많은 남자들 중에 왜 하필이면 유부남에게 마음을 빼앗겼냐!~
네가 나 말고 좋은 남자를 만난다면 얼마든지 축하해 주마!~ 어차피 우리는 결혼할 수 없는 사이잖아!~ ~그래서 난 너를 정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길 바랐는데 그 녀석

어느 관계까지 갔어!~~

다그치듯 묻는 나의 말에 은영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면서 말했다.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야 믿어줘!~흑! 흑!~~ 그럼 어떡해!~오빠는 나와 점점 멀어지고... 그 남자는 나 좋다고 자꾸 다가오는데...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질 뻔하다가 오빠를 배신하는 것 같아 양심이 걸려서 계속 거절했다고 흑!~

다행히 상무 녀석과 깊은 관계는 아닌 것 같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다른 남자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근무하는 회사 영업상무하고 바람을 피울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가정이 있는 엄연한 유부남과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상식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상무 녀석이 은영이와 결혼을 하겠다?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화를 참고 어떻게 된 경위인지 물었다.

사건의 발단은 역시 송년회였다.

이쁘장한 얼굴에 가슴이 크고 볼륨 있는 몸매의 은영이와 꼭 끌어안고 브루스를 추다 보니 상무는
여자의 성적매력에 푹~빠지면서 그때부터 흑심을 품고 은영이에게 자주 연락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남녀사이는 스킨십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스킨십은 자연스럽게 몸의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고 화약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되기 때문이다.

은영아 오빠가 화나서 너에게 따귀를 때린 것은 정말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지... 지금 너희들 행위는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 거야. 상무가 총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녀석은 버젓이 마누라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인데 그런 녀석과 뭘 어쩌겠다는 거니.
상무가 너에게 결혼하자고 하는 것은 네 몸을 빼앗기 위한 상투적인 수작일 뿐이지 너를 정말로 사랑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설령 그 녀석과 결혼한다고 치자~그럼 너는 한 가정을 파탄시킨 나쁜 여자가 되는 것이고 네가 낳지도 않은 다 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너 그럴 자신 있냐? 그래서 총각도 아닌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거야.이 문제는 오빠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이 시간 이후로 상무와 있었던 일들은 깨끗이 잊고 정리하거라.


나의 말에 은영이는 테이블에 엎드려 흐느꼈다.


비록 상무와 한 달여 만났지만 그녀도 이미 남자에게 적지 않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기에 그것을 단 칼에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나는 노기등등한 얼굴로 상무가 있는 영업매장을 박차고 들어갔다. 때 마침, 매장에는 전국에서 제품들을 사러 온 중간상인들로 붐볐고 상무는 그 사람들에게 제품들을 파느라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상무는 나를 보자 평소에 하던 것처럼 얼굴에 미소를 띠고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은영이로부터 그 어떤 메시지조차도 받지 못했던 상무는 내가 왜 무척이나 화난 얼굴로 매장을 박차고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능글맞은 상무 녀석의 멱살을 잡고 쌍욕부터 날렸다.

야이!~개놈의 자식아!~~ 가정도 있는 유부남이 네 마누라와 아이들에게나 잘할 것이지 왜 남의 여자에게 치근덕거리냐!~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갑작스러운 나의 욕설과 함께 멱살까지 잡힌 상무와 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제야 상무는 상황판단이 되었는지 황급히 나를 달래며 매장 밖으로 나가서 얘기 하자며

손을 잡아끌었다. 그때 기분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상무의 손을 뿌치치고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동댕이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무와 나는 회사에서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일을 하는 사이였기에
그 이상의 마지노선은 넘고 싶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만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만약 상무가 같이 내 멱살을 잡았다면 그때는 체면이고 나발이고 많은 관중들 앞에서 그레꼬로망 경기를 펼쳤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좀 의아해할 것이다.

나는 일개 사원에 불과하고 직책상으로 상무는 회사의 아주 높은 자리에 있는 상사 아닌가?
그런 상사에게 쌍욕을 날리며 멱살을 잡고 많은 사람들에게 망신을 주는 행위는 회사를
그만둘 각오가 아니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상무에게 막가파식으로 나갈 수 있던 것은 앞전에도 언급했듯이 회사 사장님이 내 친구의 형님이고 또 친구는 내가 일하고 있던 생산직을 맡고 있는 상무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영업상무는 매장에서 중간상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주어진 명칭일 뿐, 아무런 권한도 없는 바지상무에 불과했었기에 회사에서의 그의 지위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장 밖으로 나를 끌고 나온 상무는 지금 한창 제품들을 팔아야 하는 바쁜 시간이기에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퇴근 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며 온갖 말로 나를 달랬다.

좋다!!~~~ 그러면 퇴근 후에 만나서 남자들답게 결판을 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