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드리는 편지 1

인간 못된 것은 개보다 못하다네요

by 호윤 우인순 시인


장날 바구니에 꼬물꼬물 거리며

누군가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는

강아지들 앞에 서서

구경하던 중 하얗게 생긴 흰둥이와

누런 털을 가진 누렁이를 사 왔습니다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이 안돼서 누렁이가

아프기 시작했지요

장염에 걸린 줄 모르고 사 온 것입니다

누렁이는 며칠 밥을 못 먹고 검정설사를 했지요

목을 잡고 주사를 놔줄 때마다 안쓰럽고

미안했습니다

살이 쪽 빠진 누렁이는 며칠을

아무것도 안 먹고 항생제와 영양제 두대를 맞고 잤지요

흰둥이는 그런 누렁이가 안쓰러운지

털을 혀로 핥아주고 옆에 꼭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한 집에 같이 자랐다고 말입니다


한 피를 받아 태어난 형제도 한솥에 밥을 먹고

한부모 밑에 자랐는데도 형제간에 안부도 없고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하나님 그래서 인간 못된 것은

개보다도 못하다고 하나 봅니다

누렁이가 일어나자 흰둥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항생제를 놓아 살려보려 했으나 흰둥이는

세상을 뜨고 말았지요

친구의 물품을 태우려고 치우니

누렁이가 슬픈지 멍멍 짖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름에 온 누렁이는 겨울을 맞이하고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이 되어

따스한 티셔츠 두꺼운 방한복까지 사서

입혀주었더니 추운 겨울을

잘 지내고 봄을 맞이했습니다

잘 커준 누렁이가 고마워 많은 사랑을 주었습니다

살다 보면 세상도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하나 봅니다

이렇게 맺어진 누렁이인데

가족인데 인간은 사정이 생기면

마음이 바뀌니까 말입니다

아버님이 다치셔서 수술을 하시고 병원에 입원하니

집에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나님! 주인이 아프고 힘든 일이 많아져서

누렁이를 키울 수 없게 되어 나는

누렁이를 개사랑 하는 동생집으로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누렁이 줄을 풀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데

누렁이는 눈치를 챘는지 안 가려고 멈쳤습니다

누렁이 줄을 대문 앞에 묶고는 집안에 들어와

동생과 차 한잔을 하고 밖으로 나와

누렁이 얼굴을 보았습니다

밝고 말썽쟁이 누렁이가 아주 슬픈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는 것입니다

순간 미안하구나 가끔 보러 갈게

누렁아! 미안! 속으로 말하는데

눈물이 흘렀습니다

누렁아!! 하고 말하니 손을 주었습니다

커다란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것 같았습니다

끈을 풀러 차에 태우려고 밖으로 가니

안 갈래요 하는 듯 땅에 앉았습니다

봉고차 뚜껑을 열고 집을 실은 후

누렁이를 실으려니까 안 가려고 했지요

겨우 안아 태우고 문을 닫고

한참 문을 열어 두었는데

누렁이는 아무 소리가 없었습니다

차문을 열고 인사라도 하려고 들여다봐도

소리도 없고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울고 있나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가족과 헤어지는 장면입니다

하나님 이별은 이렇게 슬픈 모양입니다


한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인데 헤어지게 되어서

누렁이는 얼마나 슬프겠나 생각하니 미안했어요

하나님 누렁이는 또 못난 나 때문 상처를 하나

마음속에 품고 살겠구나 미안하구나

미안해 몇 번이고 소리쳤습니다

하나님 나도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환경이 바뀌고 좀 힘들고 하니

가족을 다른 곳으로 보내니 말입니다

하나님 저 때문 상처 입은 누렁이가

밝게 살았으면 합니다

새 주인과 행복했으면 합니다

세상엔 부모도 몰라라하고 형제도 모른다 하고

전화 한번 없이 자신만 사는 사람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만

가족을 버리고도 아파하지 않고

찾아보지 않는 세상에 짐승이야 길거리마다

살기 힘들다고 버리는 세상

짐승도 가족입니다 하나님 용서 하십시오

아마도 누렁이는 혀로 자기 상처를

날마다 핥으며 스스로 치유를 하겠지요

한 달 뒤 누렁이를 보러 갔습니다

동생네 집엘 가서 누렁아! 부르니

누렁이는 집 뒤 새로 지은 집에서

내 소리를 듣더니 펄쩍펄쩍 뛰며 내가 갈 때까지

짖고 난리였지요

누렁아 네 집이 호텔이네

신방도 차렸구먼 장가를 든 거구나

누렁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사는 것 같이 사는구나 여겨지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누렁아 또 보러 올게 하고 나오니

헤어지기 싫은지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지요

하나님 누렁이가 행복해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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