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닥노닥 Dec 15. 2023

얼음콜라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서글프다

1. 쓸쓸하고 외로워 슬프다

2. 섭섭하고 언짢다


주말에 잠깐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데 직장 선배에게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몸이 아프신데도 일 때문에 잠깐 나오신 것 같았다. 몸이 적당히 아파서, 애매하게 건강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운동을 해본지가 몇 천년인지, 건강도 운동도 내 몫인데 그걸 외면하고 있다. 이 나이쯤 되면 다들 그런 생각들로 사는지, 뭐 하나 제대로 한다는 느낌보다는 애매하게 만족하고 사는 걸까? 괜한 의문은 지우고 SNS를 달구는 '갓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갓생' 아니지만 뭐 적당하게 사는 건 '인생'이라고 스스로 적절히 타협하며 PC를 껐다. 나에겐 잠이라는 의무도 있으니까.


부재만큼 존재를 부각하는 것도 없듯이,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잠만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누구는 밤도 새운다는데 나는 적어도 4시간은 자야 뭐라도 손에 잡혔다. 충분한 수면은 7~8시간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안 자도 살아지긴 했다, 조금 서글퍼지기만 할 뿐.


투닥투닥, 키보드를 악기처럼 리듬 있게 다루면 혹은 

닥다라닥다라, 말이 지나가는 것처럼 말발굽 소리를 내면 일을 하는 게 심하게 지루하지는 않다. 그러다,


애플워치로 브런치 알림이 떴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내가 브런치에 소홀했음에, 내 마음과 일상을 돌보지 않았음을 꾸짖는 알림이다. 누군가가 2주 이상 글을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알려주도록 설정해 놓은 알고리즘 하나 때문에 나는 반성의 동굴로 기어들어가며 고개를 푹 무릎 사이에 묻었다. '나도 알아. 안다고!' 하며 괜한 성을 낼까 하다가도, 내 일상 속에서 별의 생애처럼 반짝이다 스러져간 수많은 이야기를 되돌아보니 괜히 서글퍼졌다. 


연말 분위기에 사람들이 축포를 터뜨리듯 나의 직장생활에도 화려한 불꽃축제가 열렸다. 여기서도 문제, 저기서도 문제가 터지고 나는 그걸 땜질하느라 분주했다. '끝났나?!' 하고 안심하며 뒤돌아서니 땜질이 엉성했는지 불꽃은 다시 펑펑하고 터지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였다.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만, 월급쟁이에게 일복은 그다지 반길만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며, 오후 3시 뒤늦은 점심식사로 토스트에 콜라 한잔을 사 왔다. 3층에 자리한 사무실에는 나름의 멋들어진 경치를 자랑하는 테라스가 있어서 그곳에 자리를 잡고 토스트를 우걱우걱 먹고, 목이 막힐 때쯤 콜라도 홀짝홀짝 마셨다. 


콜라를 마시다 보니 예전에 어떤 후배가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얼음콜라를 마셔야 한다며, 콜라에 얼음을 타주곤 했었던 게 생각이 났다. 당시에는 얼음을 띄운 콜라나 냉장고에 있던 콜라나 그게 그거 아닌가 했다. 하지만 얼음을 띄웠다는 그리고 그걸 누가 해줬다는 내가 적어도 혼자가 아니었음을,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었음을 씩씩하게 혼자 PET콜라 사와 컵도 없이 마시다 보니 뒤늦게 깨달았다. 


분명 팀(Team)인데, 혼자 같은 이 기분. 

그때는 분명 혼자인데,  팀(Team)같은 기분.


얼음콜라가 없어도 살아지긴 하지, 

그래도 살아진다는 게 다행이겠지만,

그래도 살아진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사진: Unsplash의 Ayesha Ch





작가의 이전글 퇴사하는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