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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닥노닥 Apr 28. 2024

항력, 나의 힘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항력(抗力)

1. 어떤 물체가 유체 속을 운동할 때에 운동 방향과는 반대쪽으로 물체에 미치는 유체의 저항력

2. 물체가 면 위에 있을 때, 면이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



가끔은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왜 내가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이냐고. 

상대방을 우습게 보지 않고 존중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나의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 세상의 생존 법칙이 조금은 답답하다. 


다시 돌아왔다고 하기에는 많은 것들이 바뀐 곳에서 자꾸만 내게 말을 건네기보다는 던지는 사람이 있다. 모호한 의도의 말들은 물론이고 속된 언어들과 은근한 무시, 소외 그리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금속 같은 말들을 들으며 나도 그랬었는지 서둘러 내 머릿속을 헤집어 본다. 정말 아니기를 바라지만 내가 범했던 과오의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필 비가 온다. 부던히 움직이는 와이퍼도 세차게 내리는 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듯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수많은 나의 다짐도 나의 못남 앞에서 그러했었나 보다. 결국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을 어찌 감당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만 무거워졌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고갱의 물음이 나에게 번져나가듯, 당신의 모든 행동과 말은 이 질문에 대해 나보다도 더 긴 시간동안의 숙고를 거친 대답일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답이 정답이 틀렸다며 바꾸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바꾸려 할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고, 펼쳐진 시간 앞에서 언제나 겸손해야 함을 그리고 심판은 나의 몫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거리가 가까워 서로에게 영향을 아니 줄 수 없으니, 나는 항력(抗力)이 될 작정이다. 내가 쥐고 있는 답이 당신의 것과는 달라서 당신의 추력(推力)이 나를 흔드려 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의연히 버티고 견딜 생각이다. 

마치 바닷가의 갈매기가 바람에 맞부딪혀 제자리에서 나르는 것마냥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던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따라 '산다'는 말보다는 '버틴다'는 말에 마음이 더 기울어지는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의 항력을 가리켜 아집(我執)이라고 비난할지라도, 지금의 내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는 적어도 바로 지금 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들을 빛 삼아 걷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이미 즐비한 나의 세계에서 이해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당신까지 불가항력이 되지 않도록 나는 더욱 강력한 항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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