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으로 자리 잡은

대학원생의 지수적 로그(Exponential Log)

by 노닥노닥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건네는 대사를 좋아한다.

"이름을 잊어버리면 돌아가는 길을 알 수 없게 돼."

"名(な)を奪(うば)われると、帰(かえ)り道(みち)がわからなくなるんだよ。"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절대 떨어질 일이 없어요. 진짜 안 떨어져요, 둘이. 왜냐면 그걸 충족하기 때문에'

라는 이옥섭 영화감독의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이어진 말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드럽고 징그러워요. 근데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어떤 이들은 상처받기도 하고, 멀어져 버린 관계일 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서로가 애틋한 우리 모녀 관계에 그 말을 조심스럽게 대입해 봤다.

하지만 나의 결핍은 분명한데, 우리 엄마의 결핍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감독님의 말을 곱씹어보며, 나는 엄마의 결핍을 찾지 못한 채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어느 날 엄마는 '삶이 쉽지 않다'는 딸의 하소연 한 마디에 어디선가 내 삶을 멋지게 탈바꿈시켜줄 이름을 하나 가져왔다.

'혜원'

오늘부터 나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매일매일 저 이름으로 불러주겠다고 하신다.

당신의 팍팍한 삶 사이에 또 나를 위한 습관 하나가 꾸역꾸역 자리 잡았다.

한자는 아직 엄마의 카카오톡 속에 숨겨져 있어서 무슨 뜻의 이름인지는 잘 모르지만, 부러 묻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의 엄마 혹은 누군가의 안사람으로 살아가며 이름을 잃어버린 이가 나에게 이름을 건네다니. 나는 이 아이러니에 또 깊은 생각에 잠긴다.

문득 엄마의 결핍은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름을 잃어버린 이에게 이름을 받았으니, 이름을 받은 이가 다시 그에게 이름을 돌려주어야겠다.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 이름을 잊어버렸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롯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게.

'현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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