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교사생활

진짜를 알려줄게

by 밤의아리아

나는 10년 차 공립학교 교사다. 교사 생활은 나에게 기쁨과 심란함을 줬다. 기쁨은 아이들에게서 왔고 심란함은 교무실에서 왔다. 교무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진짜를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이 글쓰기는 나에게는 치유의 과정이 될 것 같고, 누군가에게는 교사라는 직장이 힘들 수 있는 의외의 요인을 알게 되는 글이길 바라본다.

일반적으로 교직생활에는 세 가지의 축이 있다. 담임, 수업, 행정이다. 이 중 내가 처음 써보고 싶은 것은 행정이다. 나는 이 행정이라는 분야에 불만이 무지 많다. 일단 행정이라 함은 교육부에서 큰 틀의 지침 및 조사사항을 만들고, 교육청에서 그것을 세부적으로 발전시켜 학교로 내려오는 일들이다. 공문의 형태로 내려오게 되는데 나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외국에 파견 교사를 해 본 선배들에게 듣기로 외국은 확실히 이런 전자문서 시스템이 구축이 안되어 있다 보니 행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다고 한다. 공문은 세 가지 정도의 형태를 띠는데,

1) 학교에 지시를 하달하는 경우 - 학생지도, 수능, 보건, 교육과정 등등등에 관하여 방침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너네 시스템도 바꾸고 관련자들에게 알려라.

2) 학교의 정보를 묻는 경우 - 학생들의 교육과정 선택, 시간표 현황, 교사 수 등등등에 관하여 보고하라.

3) 그 외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일단 딱딱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나의 가치관에 관하여 먼저 좀 써야 이 공문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변호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세상이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관료제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은 사람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교에서 가장 약한 축인 젊은 교사들을 괴롭힌다.

사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담임과 수업이다. 하지만 큰 규모의 학교에도 한 학년이 12 반인 점과 수업 시수가 한 주에 많아야 12-21시간 정도이기에 담임도 하지 않고 수업이 적은 사람들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담임인 사람은 한 주에 수업이 15시간 정도, 한 부서의 부장은 비담임에 수업이 13시간 정도, 그냥 비담임은 17시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교사들은 축제나 도서 퀴즈대회 같은 학교 행사들을 계획하거나 교육과정 관련하여 회의를 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한다.

교사들이 행정을 하는 시간 중 공문을 처리하거나 발송하거나 비용을 품의하는 시간도 있다. 학교의 시설 현황을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 학생들이 축제 홍보를 위해 나가니 공문을 타 학교에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학부모 인문학 강의 다과 비용을 품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련의 행정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과정을 처리하는 데 있어 부장-교감-교장이라는 수직적 구조하에 정신적으로 소모적인 경우들이 너무너무너무 많다. 기안을 할 때 표를 넣어라 빼라, 문서 모양을 어찌해라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그런 문서들이 중요한 업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에게 그런 것으로 에너지를 쏟게 하는 것은 내가 느끼기에 결국 학생들에게 쏟아야 할 신경을 뺏을 수밖에 없게 한다.

예를 들어 저렇게 문서 기안 방식과 처리에 대해 신경 쓸 시간에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써보겠다. 담임을 맡을 경우, 유독 지각이 많은 학생이 나타날 경우 그 아이와 상담할 시간을 뺏긴다. 또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실험 도구를 검색해서 구입할 시간을 뺏긴다. 마지막으로 이상하게 언젠가부터 점심 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한 아이를 살펴보러 교실로 가 볼 시간을 뺏긴다. 결국 행정에의 집중으로 밀리는 건 아이들이다. 현장에서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수업 준비는 퇴근하고 해라. 업무 시간에는 업무와 아이들에 집중해라. 나는 생각한다. 사실 업무라는 것에 신경을 덜 뺏겨야 되는 것 아닐까? 왜 수업을 근무시간 외에 준비해야 하는가? 기성세대는 말한다. 우리 때는 더했다고. 수업도 많았고 한 반에 애들도 더 많았다고.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배웠던 세대이다. 전자문서 시스템이 도입된 게 지금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당신들은 우리를 체벌했던 사람들 아닌가? 체벌이 있는 시대의 학생지도는 지금보다 효율적이었을 텐데? 게다가 컴퓨터가 없다는 이유였을까 당신들은 교과서 한 권 덜렁 들고 수업 시간에 들어왔잖아? 지금 우리가 그렇게 수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신들은 젊을 때 선배들 일을 다 했고 선배들은 편하게 비담임에 수업도 적게 하며 놀았다고 주장하는 현 기성세대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우리 세대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조리를 세습하는 것이 정의일까? 앞으로의 글들에서도 조금 더 현장에서 겪는 진짜 문제들을 적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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