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잠시나마 역사를 돌본다는 것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

by 미리


3.1 국경일을 맞아 덕분에 월요일 오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체공휴일, 그저 출근하지 않은 어느 한 날로 그렇게 오전의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러다 tv를 켰는 데,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 '아는 형님' 채널에 시선이 멈췄다. 3.1절 특집으로 최태성 강사님께서 3.1절 역사 특강을 하고 계셨다. 왠지 모르게 이건 봐야겠다 싶어서 끝까지 시청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몰입했고, 경건한 자세로 역사를 되돌아봤다. 그 마음을 잠시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브런치 앱을 켰다.




우리의 역사를 두고 흔히 '반만년의 역사'라 일컫는다. 최태성 선생님은 그 반만년의 역사를 크게 두 시기로 나눈다면, 그 분기점의 사건을 '1919년 3.1 운동'으로 꼽는다. 분기점 이전의 시대는 왕국 혹은 제국의 시대였다. 3.1 독립운동 시기, 중국 상하이에서 반만년 역사 최초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대한제국의 백성이 아닌,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재는 그렇게 3.1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1910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무단통치에 독립과 자유를 외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한 독립 만세!', 일제에 항거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 열망, 그리고 불굴의 의지. 감시를 피해 국외까지 이어진 독립운동. 상해 임시정부를 거쳐,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는 거룩한 외침 속에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 정부', 그리고 광복이 있기까지 이어져 온 수많은 열사들의 피땀눈물,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과거의 장면들이자 소중한 역사다.



1919년 3.1 운동이 시작된 후 근거지가 되었던 '상해 임시정부 청사', 그리고 1940년부터 광복의 해 1945년까지 최후의 정부청사였던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중국을 여행하면서 두 곳 모두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관광지에 들린 느낌 정도였다. 그때의 어렴풋한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려서 지금의 느낌과 생각을 얹어 역사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았다.


상해 임시정부 청사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왔다. 찬란했던 역사도, 아픔의 역사도 모두 잊고 살아갈 만큼 과연 치열하게 살고 있는 걸까?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말로 애써 모른 척, 역사는 그저 공부의 일환이라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의 내가 그 시절로 간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조국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었을까? 지옥 같은 감옥에 갇혀서도 희망을 품으며 일관된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는 짧은 상상의 결말만으로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금의 나는 소파에 편히 앉아 휴대폰으로 글을 쓰고 있다. 순국 열사들의 고통이 쉽사리 가늠할 수 조차 없고, 그 과정을 나열하는 글쓰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문뜩 한 직장 동료가 영화 '하얼빈'을 보고 나와서 가장 먼저 들었다던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나 생각은 안중근 형님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네..." 참 이 말이 우리가 그나마 느낄 수 있을 법한 감상이 아닐까. 당시 유관순 열사가, 윤봉길 의사가, 김구 선생이 겪어야만 했던 고뇌와 고통에 비하면 지금의 내가 가진 욕망과 고민은 가볍기만 하다.



최태성 강사님이 방송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맙시다.'였다. 어떻게 역사의 결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답은 모르겠지만, 그 고민을 글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역사를 돌아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고민해 보는 것. 잠시라도 역사의 아픔에 동조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이게 바로 출발점이 아닐까.



역사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놓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과거의 무수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자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자유를 찾아 여전히 방황하는 우리지만, 자유라는 가치를 존재하게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표한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우리지만, 바쁘게 살아갈 테지만 가끔 이렇게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