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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Aug 15. 2022

회사 말고 브런치로 출근할래

현실은 공휴일인데도 회사에 가야 한다


어제 마음먹고 책상 정리를 했더니 글 한 편이 나왔다. 오랜만에 글 하나를 발행했을 뿐인데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 휴일이어서 늦게 잔 거도 있지만, 생각이 생각을 물고 이어져 혼자 감성에 젖었다. 피터팬과 여행을 떠나듯 이런저런 글의 소재들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해질 때쯤 3시가 지나서야 잠 들었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눈이 떠졌다.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다...그래도 알람 진동 소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눈뜬 거라서 덜 불만족스럽다. 문뜩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떠올라서 홀린 듯 책상으로 몸을 옮겼다. 깨끗한 책상에 올려진 노트북을 보니 글 쓰고 싶어졌다. 혹시 현재 시작이 흐지부지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게 어렵다면 책상 정리를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행동 하나가 그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어 준다.


현재 쓰고 있는 글의 첫 문단을 마무리할 때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회사 말고 브런치로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 휴일에 늦잠 자지 않고 글 쓰고 있는 현재 상태와 기분이 꽤 만족스러워서 그런지, 쓰고 싶은 글 소재가 무궁무진해서 그런지 온전히 집중해서 글만 써보고 싶다. 회사에 출근해서 꾸역꾸역 시간을 보낼 시간에 브런치를 통해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 좋은 글들이 많이 나올 것 만 같다.


가끔 해 본 생각이다. 퇴사하면 게을러지지 않고, 부지런히 살 수 있을까? 글쓰기가 취미가 아니라 일의 수단이 돼도 편하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한 고민이지만 아직은  상상이 안 간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브런치에 발행하는 글의 양을 늘려서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 보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현실은 어제도 오늘도 회사에 간다. 일요영업 점포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문이 열렸다. 일요일은 외국인들만 업무를 볼 수 있고, 긴 시간 외국인들을 상대한다.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한 외국인 손님이  많다. 핀패드에 비밀번호 4자리를 눌러달라고 손가락으로 숫자 4를 표현하면,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지 않는다. 손가락 4개를 편 그 상태 그대로 핀패드에 손을 살포시 얹는다. 어처구니없지만 한 두 명이 아니다. 비밀번호 6자리를 눌러달라 하면 숫자 6만 누르고 나를 쳐다보기도 한다. 현타가 안 올 수가 없다.


일은 어렵지 않지만 몸과 정신은 지친 상태가 된다.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갔고, 오늘은 1시까지 회사에 가야 한다. 지점 리모델링 공사 중이어서 당직을 서러. 이번 달 주말 중 오늘밖에 시간이 안 나서 부득이하게 그게 오늘이다. 직원들끼리 번갈아가면서 하긴 하지만 발걸음이 무겁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특정 글 주제를 정해놓고 노트북을 열지는 않았다.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 기특한 어제를 오늘로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글 쓰기이다.


브런치에는 참 많은 좋은 생각, 좋은 이야기 그리고 좋은 글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브런치라는 공간을 좀 더 자주 방문해야겠다. 질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양적으로 다양성을 발휘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노트북 하나 챙겨 브런치로 출근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도 싶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 되는데 또 병적으로 그게 안된다. 글이 짧은 거 같기도, 깊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글을 연속으로 발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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