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럼에도 계획을 필요로 한다
특별한 계획이 없던 평범한 휴가를 보냈다. 출근하지 않았는 데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쉬면서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현대인의, 어느 한 직장인의 이야기다. 이유를 찾아야만 알아낼 수 있는 그 불안에 대해 오랜만에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보려 한다. '마음이 복잡할 땐 글을 쓰라'는 말이 있듯이 마지막에는 답을 얻길 바라며.
잠잠하다가 요즘 들어 마음이 뒤숭숭하다. 6개월에 한 번 인사이동이 있는 데, 7월 중순 즈음에 발령이 날 수도 있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발령이 나는 대로 그곳에 던져져서 적응해야만 한다. 환경이 바뀌고, 거기에 맞춰 또 삶의 패턴을 찾아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라 어쩔 수 없다. 이런 곳에 내가 취업을 했으니 한탄해도 바뀌는 건 없다. 또한, 조직은 6개월마다 KPI 점수에 따라 지점의 성적을 매기고 등수를 나눈다. 다같이 힘들게 애써 달려왔는 데 조직은 벌써 하반기 KPI 지표를 내놓으며 목표를 올린다. 7월 1일이 되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리셋되고 쉼 없이 다시 시작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 조금 지친 마음이다. 발령 기간에 대상자가 되면 뒤숭숭해지는 것도 이유이고, 무엇보다도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불편하다.
그런 회사는 월급으로 달래준다. 요즘에는 월급을 받으면 '왜 은행원들이 한 회사를 30년간 그렇게 오래 다니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다. 월급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목표와 이상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데, 월급이라는 현실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매달 유혹한다.
근래에 사내 메신저로 한 동료가 미우새 프로그램에 나온 윤시윤 배우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간별로 알람을 맞춰서 계획을 실행하는 철저한 계획주의자 대문자 J의 일상이 방송에 나왔다.
우리도 좀 계획적으로 살아야 될 것 같다는 게 이야기의 결론이었다. 나는 대문자 P성향을 지녔다. 즉흥적이며, 무계획이 계획인, 흘러가는 대로 대응하며 사는 사람이다. 어떤 성향이 좋고 나쁘고는 없지만,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객관적으로 J성향이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다.
최근에 TV를 켰는 데 우연히 전지적 참견시점 제이홉 편을 보게 되었다. BTS 제이홉은 군대에 입대할 때부터 2년 치의 계획을 짰다고 한다. 입대 후 팬들을 위한 영상을 올리고, 제대 후 미국에서 곡 작업 후 앨범을 내고, 월드 투어를 언제 어디서 하고, 어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지도 다 계획했다. 그리고 그 계획을 다 이뤘다고 한다.
계획을 철저하게 짜는 것도 신기한 데, 그 계획을 다 실천했다는 게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르니깐'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그게 인생이고, 그런 인생에는 계획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다이어리 한 번 끝까지 써본 적 없지만, 바뀌어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처럼, 계획하는 대로 살아지기도 한다. 휴가 계획이 다 잡혀있으면 그 생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그런 계획들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 전략을 짜는 기업처럼 개인도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하반기의 KPI를 수립하는 조직처럼 말이다. 7월 1일이 되면 새로운 시작을 하듯,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잠시 시간을 갖고 큰 틀에서 계획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메모장에 기록했다.
우선 당장 하반기에 대략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들을 생각했다. 실행 가능한 계획을 짰고, 브런치와 그 계획을 함께할 생각이다. 브런치를 통해 '생산자'의 삶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
'꿈과 현실이 다를 때는, 계속하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사실 이미 알고 있다. 큰 그림의 밑바탕이 지워지지 않도록 계속 실행하면 된다. 적어도 그 그림을 지우는 사람이 내가 되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
마음을 다시 다잡을 때이다. 그래서 불안했는 지도 모른다. 잔잔한 일상에 불어온 바람이고 파도였다. 바람과 파도를 타고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