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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Feb 03. 2022

살아보는 것과 여행은 다르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오늘 은행에 손님이 많이 와서 꽤나 고된 하루였다. 퇴근 전까지 충전해서 휴대폰은 배터리 가득인데 나는 방전된 것만 같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글을 매일 써보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놓은 글을 발행하려고 한다. 


중국 북경에서 약 1년간 생활한 적이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교환학생 신분으로 북경공업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왔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택시를 탔었다. 선명하게는 아니지만 그 시점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숙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창밖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걱정 반 설렘 반'이 딱 적절했다. 무섭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부푼 마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만약 누군가 내게 "본인의 인생에서 딱 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탔던 그 택시 안으로요." 그만큼 타지에서 살아본 경험은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행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고민 없는 일상을 보내서가 아닐까 싶다. 잠들기 전에 내일은 뭐 먹지, 어디 놀러 가지만 생각하면 됐었다. 취업 걱정, 돈 걱정, 결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친구랑 침대에 누워서 햇살에 눈이 부신채로 "매일매일 이러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말을 습관처럼 주고받았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강호동 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침 햇살에 눈 부셔서 스스로 눈 뜨는 게 알고 보면 참 쉽지 않은 거라고. 당시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생각해보면 띵언이다, 대부분은 눈 뜨고 싶을 때가 아닌 알람에 의존해서 잠에서 깬다. 살짝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잘 잤다 싶을 정도로 싱긋하게 눈 뜨는 게 로망인 거다. 햇살이 비칠 때 깨는 거면 지각인 거니깐. 중국에서 지낼 때 햇살에 여유 있게 눈 뜨는 그런 일상을 살았었다. 싱그러운 여유가 뭔 지를 느꼈었다.


다시 글의 주제로 넘어가 보자면 여행과 살아보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여행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말 그대로 여행하는 거지 경험한다고는 보기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베이징을 여행하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위챗 페이로 결제해보지 못한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여행하지 골목골목 정취를 느끼지 못한다. 블로그 맛집 위주지 진짜 맛있는 로컬 맛집은 경험해보지 못한다.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지 못한다. 알지 못해도 괜찮은 게 여행이지만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이유는 한 나라에 살아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여행하면 어떤 한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담아가지만, 살아보는 것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생활 반경 주위 곳곳이 기억에 남는다. 기숙사를 나와 왼쪽으로 가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장이 있고, 직진하면 슈퍼가 있고, 가다 보면 초밥집이, 맥도널드, 은행이 있다. 오른쪽으로 출발하면 빵집이 있고, 채소가게가 있고, 지하철역이 있다. 길 건너면 버스 정류장과 학교가 있고, 버스를 타면 어디 어디를 갈 수 있다. 길 구석구석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여행이라면 한번 가볼 관광지도 살다 보면 자주 가볼 수 있어 나만의 힐링 스폿으로 남기도 한다.


중국발 코로나라는 말이 있으니 중국 생활이 좋았다고 말하기 다소 조심스럽긴 하다. 그래도 글을 이어가자면 코로나가 끝나갈 때쯤 여유가 된다면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 등 한 나라에서 오래 머물러보기를 추천한다. 내 포트폴리오에 담긴 여행 테마주 ETF가 계속 마이너스인 상태처럼 '여행'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는 건 맞다. 그래도 언젠간 떠날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건강한 여행을 기다려본다.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다면 나는 우선 태국, 베트남, 캐나다에서 한 달 살기 해보고 싶다. 그 싱그러운 일상을 위해 지금은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야겠다. 열심히 돈 벌고, 저축해서 언젠간 멋있게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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