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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Feb 27. 2022

좀 덜 열정적이면 어때

 열정 없이도 잘 산다

인생의 몇 안 되는 고민 중 이런 고민이 있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없고, 어떤 일에 온 힘을 다해 몰입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 미지근한 삶에 대한 그런 막연한 고민이 있다.    


BTS는 연습생 시절 열약한 환경에도 피, 땀, 눈물 흘려가며 열정적으로 춤과 노래에 인생을 바쳤다.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서 이미주 님은 자신의 20대 청춘을 그룹 러블리즈에 바쳤고, 후회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열정을 쏟을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게 부럽다. 좋아하는 게 분명해서 그게 아니면 안 된다는 집념을 가진 삶은 어떤 모습일까.


공부도, 일도, 취미도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아직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만나지 못한 것뿐일지 아니면 원래 열정이 늘 부족한 건지 모르겠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도 좋긴 한데 열정적으로 쓰고 싶은 건 아닌 것 같다. 은행원이라는 원하던 직업을 가졌지만 하고 있는 일에 열정과 사명감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른들을 위로하는 인생 영화 '소울' l 출처: 네이버 영화 홈

어젯밤에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다시 봤다. 영혼 22는 오랜 시간 인생의 불꽃(열정, 꿈)을 찾지 못했다. 또 다른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자신의 불꽃이자 삶의 목적은 재즈 음악이라고 확신했지만 꿈의 무대에 선 후 큰 허무감을 느꼈다. 불꽃은 인생의 목적도, 전부가 아니며 일상 속 쉽게 지나치는 소확행이 진정한 가치라는 영화의 주제다. 불꽃 없는 삶도 괜찮다는 위로를 해줬다.


그래도 좋아하는 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좋아했고, 중국어 공부도 재밌었고, 지금 배우고 있는 베트남어도 꽤 재밌다. 방송인 유재석 님을 예전부터 좋아했고,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건 소확행이다. 가수 폴 킴 님의 모든 노래를 좋아해서 매일 음악을 듣는다.


막연한 꿈도 있긴 하다. 예전부터 발표하는 걸 유독 즐겼다. 대학교 조별 과제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내가 속한 조는 항상 1등을 했다. 취업 후 연수원에 있는 동안에도 조별 과제가 있었는데 발표자로 나서기만 하면 1등을 했다.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좋아서 강사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하고 작은 불꽃이 있긴 있다.


고민에 대한 답은 이 글을 쓰면서 찾은 것 같다. 좀 덜 열정적이어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봤다는 게 중요하고,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삶 같다. 불꽃이 꺼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화려한 불꽃을 피우고 시든 후 드는 허무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깐. 


소소하게나마 좋아하는 걸 자주 하며 그렇게 살아야겠다. 언젠간 온 열정을 다 쏟고 싶은 일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꼭 그렇지 못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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