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리 Mar 02. 2022

AC (After Corona)

위드 코로나를 살아가며

평일 낮에 휴가도 아닌데 글을 쓰고 있다. PCR 검사 때문에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왔다. 가족 중 확진자가 생겨 혹시 몰라 검사받았고, 결과는 오늘 밤 중에 나온다고 한다. 증상은 없어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 소재 관련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참에 조금 끄적여 보려 한다.  



코로나19 발생 시점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다. 2020년 2월에 처음 지점에 발령받았는데, 근무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코로나와 함께 신입행원이 지점에 온 거다. 평소에는 내점 손님이 기본 100명 이상이었다고 하는데, 대구 대규모 확산 시기 때는 번호표가 20번 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 덕분이라고 표현하면 안 되지만 손님이 적었기 때문에 업무를 천천히 습득할 수 있었다. 버티기 힘들다던 3개월 간의 수습 기간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 후 자기 계발에 관심이 생겼고, 시기적절하게 김미경 강사님의 '김미경의 리부트' 책을 만났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꿈을 가진 평범한 사람의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은 '추격'이다. 추격보다 더 용기 있는 출발은 없다. 두렵지만, 확신이 없지만, 한 발을 내딛자.", "새로운 질서 속에 기회가 있다. 내 직업과 인생을 리부트 하라!"


코로나는 금융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내점 손님은 갈수록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고,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었다. 은행에 오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은행원이라는 내 직업이 없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디지털 공부를 해서 지금이라도 추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디지털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하고 있고, 지원했던 한양사이버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수업은 어제 개강했다. 디지털 세계에 이미 합류했고, 디지털 역량은 계속 키울 예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나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아갔다.


코로나는 일탈의 짜릿함을 앗아갔다. 여행의 설렘과 새로움을 느끼지 못한 지 3년째 되어간다. 서랍 속 여권은 먼지가 쌓였고, 에센스, 크림, 화장솜 샘플이 생기면 여행 가서 쓰면 딱인데 하는 아쉬움을 속으로 삼켜야 한다. 중간중간 해외에 갔다면 직장 생활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빨리 해외여행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보다는 걱정 없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리프래쉬가 필요하다.


환전하러 오는 손님이 넘쳐나서 일이 힘들어도 괜찮으니깐 그런 시기가 오면 좋겠다. 누군가의 청춘에, 누군가의 노후에 여행의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다.


위드 코로나라고는 하지만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아프고, 많은 의료진이 희생하며 함께 이겨내고 있다. 작년 가을에 할머니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했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셨지만 상황 상 병원에 못 갔고,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함께 있어드리지 못했다. 혼자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닥뜨려야 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코시국이 아니었다면 할머니의 마지막 장면은 다른 그림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각자의 개인적인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 개인과 사회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좀 덜 열정적이면 어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