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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Feb 02. 2022

연휴가 끝이 났다

피로는 그대로인데

토, 일, 월, 화, 수 5일간의 휴일이 끝났다. 일주일에 5일간 일할 때는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가더니 5일 쉬는 건 금방 지나간다. 며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었는데 당장 내일이 걱정이다. 그래도 그나마 내일이 목요일이어서 다행이다.


연휴를 계획 없이 보냈더니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요 며칠 뭐했지? 싶기도 하다. 떠오르는 건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을 밤부터 새벽까지 한 번에 다 봤다는 정도랄까. 좀비물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나름 재밌게 봤다. 다 봤다는 소소한 뿌듯함과 이 새벽에 잠들지 않아도, 늦잠자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


그냥 계속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ENFP지만 집순이다. 누워 있는 걸 좋아하고 또 그걸 잘한다. 점심때가 다 되어 몸을 일으켰고, 일으켰다가 다시 누웠다. 침대와 내 몸이 자석으로 연결된 것처럼. 누워서 유튜브 보고, 웨이브 보고, 넷플릭스 보고 하다 보면 오후 5시가 되어 있다. 뭔가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랄까. 뭔가를 해야지 싶다가도 다시 눕게 된다. 글을 쓰는 지금 약간 기억이 사라진 것처럼 진짜로 연휴 동안 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진짜 빈둥빈둥 누워만 있었나 보다.


내가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천성이 게으른 것도 있지만 마음껏 누워있어보고 싶어서이다. 출근하는 평일 아침마다 샤워하고 방에 들어오면 침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아늑해 보일 수가 없다.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3초간 들지만, 이뤄질 수 없기에 그저 로션만 아련하게 집어든다. 준비를 끝내고 방문을 나설 때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침대는 아무 죄가 없는데 평일 아침에는 참 얄밉게 보인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후회 없이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누워 있는 활동에 대한 명분이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연휴 기간 브런치 글을 발행했다. 작가 지원을 위해 저장해 둔 글을 사실 누워서 발행 버튼 누른 거 밖엔 없지만, 그래도 시작을 했다...! 브런치를 정식으로 시작한 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SNS를 안 하는데 '누군가가 내 글을 라이크잇 했습니다.'라는 말이 너무 설렌다고 할까. 휴대폰을 터치하고, 알림이 와있으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친다. 아직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는 브린이 이지만 우선은 질보다는 양이 중요하니 글을 자주 써야겠다.


브런치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는 한 작가님의 글이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여러 글을 봐서 작가님의 이름과 글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님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표현을 쓰셨다. 보통 이 또한 지나가리는 뭔가 불행이 닥쳤거나, 힘든 상황일 경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쓰는 표현이다. 작가님은 좋은 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하셨다. 5일간의 휴일이 끝이 나버린 것에 대해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휴일을 마무리 짓고 떠나보내야 하는 거다. 떠나보내야 또 다른 휴일을 맞이할 수 있고, 휴일이 끝난 걸 붙잡고 비통하게만 생각하면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 좋은 것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보내주는 것. 뭔가 새로운 통찰력을 얻은 것 같았다.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연휴이든 주말이든 출근하기 전날은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다. 외출은 토요일에만 하고, 일요일은 집에서 온전히 쉬는 걸 좋아한다. 오늘은 출근 하루 전인데 외출을 했다. 베트남어 수업이 있어서이다. 출근 하루 전이여서 수업을 미룰까도 했지만,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았다. 가기 싫었던 건 귀찮은 것도 있었지만 아직 언어 공부 시작 단계여서 감도 없고, 복습도 열심히 안 해서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일찍 집을 나서서 카페에서 복습을 했다. 수업을 했는데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잘하고 다고,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한 마디 해주신 게 힘이 되었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몸은 다소 무거웠지만 뭔가 마음은 가벼웠다.


5일간 특별하게 한 건 없어도 나름 열심히 잘 보냈다고 말하고 싶다. 피로는 그대로 인 것 같긴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제 5일 휴일을 잘 보내주는 일만 남았다. 내일은 늦잠 못 자겠지만 어쩔 수 없다. 휴일은 끝이 났고 작별해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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