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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Feb 02. 2022

내가 생각하는 행복

행복은 참 단순하다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순간을 고이 접어 펼쳐보니 행복은 참 단순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행복'에 인격이 있다면 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행복은 알고 보면 정말로 소소한 모먼트에서 찾아온다.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듯이 행복은 의외로 작고, 소소하다. 나는 식후에 요구르트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거의 힐링푸드에 속한다고 할 정도로. 식후에 요구르트 한 병을 마시면 그렇게 개운하고 깔끔할 수 없다. 얼린 요구르트를 먹으려고 작은 숟가락을 꺼내와서 퍼먹으려고 했는데 크기가 안 맞아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다시 숟가락 하나를 집어왔는데 요구르트 입구와 크기가 너무 쏙 잘 맞았다. 나도 모르게 혼자 조용히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갔었던 게 분명하다. 딱 맞는 숟가락 하나를 찾아서 편하게 먹게 된 것뿐인데 행복했다. 말 그대로 소확행이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도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낀 적이 있다. 너무 더웠던 날이었는데 (진짜 너무 더웠었다) 자주 가던 야채 가게에서 늘 마시던 음료를 꺼냈었다. 그날 유독 음료가 슬러시처럼 약간 얼려있었다. 뚜껑을 열고 바로 마셨는데 입에 넣고 한 번 삼키고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서 눈이 커졌었다. 딱 적당하게 얼려진 슬러시 같은 오렌지 주스였는데 마시는 20초간 행복을 느꼈었다. 사실 이때의 경험이 지금 내가 행복에 관한 관점을 갖게 된 계기이다. 2017년 6월 3일 자 메모장에 이날 이렇게 메모를 했었다. '목이 탔는데 뜻밖의 시원한 슬러쉬를 마실 수 있어서 기뻤다. 행복이라는 게 참 단순한 것 같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어찌 보면 쉬운 것 같다.' 정말 별거 아니었는데 충만한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행복은 소소함이 주는 충만함 그 자체이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에 경주에 간 적이 있는데 하늘이 너무 맑고, 푸르고, 눈 부셨다. 야외여서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맑은 공기를 그윽하게 천천히 들이마셨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듯 코에게 건강한 공기를 공급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힐링되었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영업점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는데, 주말에는 파란 하늘 아래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분명 행복은 '기분이 좋다'랑은 뭔가 다른 느낌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찾아온다고 표현되는 것만 봐도 행복은 계속 가까이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문뜩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아닌가 싶다.


행복해지는 방법도 알고 보면 단순한 것 같다. 내가 행복에 관해 갖고 있는 생각은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을 계속 반복되게 하면 된다. 나는 휴가 때 친구와 함께 호캉스 가는 것을 좋아한다. 멍 때리며 tv를 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시켜먹고, 평소에 못 봤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루를 고급지게 쉬었다는 사실이 소중한 휴가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 같아서 그 시간이 행복하다. 그래서 자주 호캉스를 간다. 물론 돈도 들지만 돈으로 행복한 시간을 사는 거니깐 아깝지 않다. 그 순간들이 행복했다면 혹은 어떤 상황에 매번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 반복시키면 된다. 금요일 밤의 치맥이 소확행이면 주말마다 치킨을 주문하면 되는 거다.


최근 들어 가족과 주말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여기저기 많은 곳에 데려가 주셨다. 나도 그렇고 동생들도 학생이 되고부터는 가족과의 여행은 멈췄었다. 직장인이 되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깐 주말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여행을 가자고 했다. 회사 복지 지원을 받아 전망 좋은 리조트에서 2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쉬고, 같이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래서 그 후에 코로나를 조심하면서 조심스럽게 여행을 몇 번 더 갔었다. 부모님도 좋아하고, 동생들도 좋아하다 보니깐 그런 시간을 앞으로도 더 자주 가지려고 한다. 행복함을 느꼈기 때문에 나는 그 행복을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거다.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거나 혹은 행복이 찾아왔음을 느꼈다면 그 시간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행복은 문뜩 찾아오는 거기 때문에 일상에 항상 있지는 않다. 또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그 순간은 항상 뭔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러니깐 자주 기회를 만들면 행복을 또 느낄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그런 것 같다. 모두가 자주 많이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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