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4일 회사 인사 발령이 있었다. 구미 지역으로 부서 이동 발령이 났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터라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고, 어수선함과 동시에 몸은 구미로 옮겨졌다.
발령 후 일주일은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썼다. 적응을 마친 후에야 새로운 생활터전이 될 구미를 뒤늦게 관심 있게 바라봤다. 구미에는 생각보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금오산이 있고, 금오천이 흐른다. 서울에 경리단길이, 경주에 황리단길이 있다면 구미에는 금리단길이 있다. 그렇게 조금씩알아가며 구미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평일에는 구미 사람이, 주말에는 대구 사람이 되는 삶이 시작됐다.
대구에서 구미 사택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항상 시선을 빼앗는 한 건물이 있었다. 일반 카페 같기도, 북카페 같아 보이기도 한 빨간 벽돌 건물이었다. 어느 날은 지나가다 자세히 살펴봤는데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검색해 보니 '삼일문고'라는 서점이었다. '우와 서점이라니!' 서점임을 확인한 후 이유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그곳이 서점이어서 감사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을 자주 가게 될 것 같다는 확신도 보았다.
지나가다 우연히 본 '삼일문고'의 첫인상은 '반가운 물음표'였다. 시간 내서 얼른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요즘에는 주위에 대형 서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서점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책을 잊어가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앞으로 지내게 될 지역에서 서점을 발견한 것은 참 반가운 일이었다.
어느 정도 업무와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서점을 방문할 여유가 생겼다. 퇴근 후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대형서점에 버금갔다.일반 대형 서점과 다르다면 상업적이지 않았고, 부담 없었고, 마음의 안정을 유발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둘러보며 책 한 권을 읽고 그날은 그렇게 문을 나섰다. 자주 온다면 분명 내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것 같다는 확신을 느끼며.
그렇게 '삼일문고'와 '구미 사람이 된 직장인'의 운명적인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서세권에 삽니다'라는 매거진 주제를 통해 삼일문고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조금씩 연재해보려고 한다. 제목을 '서세권에 삽니다'라고 지은 이유는 대형 서점을 생활권에 두고 있다는 내적 편의성을 자랑하고 싶어서다. 회사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읽고, 들으며, 느낀 감정을 기록하고 싶기도 하다.
삼일문고는 일반 대형 서점과 다른 지역 서점이기에 '다름'을 넘어선 '특별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음 글은 '구미시 원평동 삼일문고를 소개합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할 계획이다. '사람과 책을 잇다'를 이야기하는 삼일문고 소개를 시작으로 에피소드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삼일문고에서 인상 깊게 읽은 책 소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 떠올린 감정, 북토크 참가 후기 등을 우선 주제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삼일문고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대표님의 사업 철학을 공유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 매거진을 통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의 일상 경험이 '소확행'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다시 시작하고, 다시 서점을 방문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독서와 글쓰기가 일상의 자연스러운 행위로 자리 잡아가는 나의 성장을 기록해가고 싶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삼일문고 공간에 있다. 퇴근 후 서점은 고요하면서도,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당신은 서세권에 살고 계신가요? 당신은 서세권에서 근무하고 계신가요?라는 물음을 끝으로 프롤로그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