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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Dec 07. 2023

서점으로 퇴근합니다

구미시 원평동 삼일문고를 소개합니다


구미시 원평동에는 붉은 벽돌 건물이 하나 있다.

'삼일문고'라는 서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퇴근 후 발걸음을 잡는' 삼일문고 공간의 특별함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삼일문고의 특별함에는 사실 삼일문고 대표님사업 철학이 숨겨져 있다. 삼일문고 사이트에 나오는 서점 소개 문장들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책은 과거에 비해 많아졌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서점을 찾아온 독자가 자신만의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책 선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책은 지식의 원천이자 문화의 기반이기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을 한 사람에게 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서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일문고의 '삼일'은 고객, 직원, 지역사회 세 가지가 하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들고, 좋은 사람들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듭니다." 삼일문고는 '책과 더불어 함께 하나 되는 구미 시민' 위한 공간이다.






삼일문고만의 차별화된 3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대형 서점에는 편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사려고 했던 책만 빠르게 찾아서 구매하고 가거나, 다양한 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베스트셀러만 구경한다. 바쁜 현대인을 고려한 마케팅이겠지만, 요즘 서점을 방문하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일문고 내부에는 카페가 있어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독서할 수 있다. 음료를 꼭 주문하지 않아도 괜찮다. 책을 구경하며 이동하는 곳곳 구석구석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함과 동시에 책에 집중할 수 있다!



여담이긴 하지만 어느 한 날 책을 보고 있었을 때 삼일문고 대표님이 주위에 계신 적이 있었다. 그날 강연을 하러 오신 한 작가님이 대표님께 물었다. "책을 사지 않고 읽고만 가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수익은 잘 나나요 대표님?" 대표님은 짧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보책을 읽으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중요하죠 뭐 허허" 살짝 엿들은 말이었지만 무게감 있는 진심이 느껴졌다.




2. 도서 진열법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분야별(인문, 경제, 경영, 예술 등) 코너 도서 외에도 삼일문고만의 도서 진열법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주목 작가전'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대표작들을 소개하고, 특정 주제 (예시:'생각')에 관한 책들을 선별하고, MBTI별 맞춤 도서, 필사 코너, 삼일문고 선정 베스트 소설책 등 다양한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다. 상업적이지 않고,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자 하는 배려가 느껴진다.




3. 작가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삼일문고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각종 문화 행사와 작가 강연회도 자주 열린다. 소설, 수필, 에세이 등 다양한 저자의 북토크에 참가할 수 있다. 강연 시간은 보통 평일 퇴근 후 시간이고, 지하 1층 대강연장에서 진행된다.


사전 신청만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의 강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의 저자인 권민창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가한 적이 있다. 퇴근 후 이런 강연을 들으면 몸은 피곤해도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삼일문고 관계자도 아닌 일반 고객이지만 애정을 갖고 서점을 방문한다.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서점에 들어서진 않는다. '퇴근 후 집'이 아닌 '퇴근 후 서점'이 좋아서 간다. 가볍게 책 구경을 하고, 그날따라 눈에 띈 책을 집어 읽어보고, 책 쇼핑을 하고, 구석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기도 한다. 




소설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 나오는 동네 서점, 휴남동 서점이 내겐 삼일문고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서로 다른 각자의 삶의 이유와 고민을 갖고 서점을 방문한다.




내가 서점으로 향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보다 나은 삶을 꿈꾸고 계획하기 더할 나위 없는 곳이 '퇴근 후 서점'이라 생각한다.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용기를 얻고, 때론 위로받는다. 서점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그 모든 책들을 절대 다 읽어볼 수는 없다는 사실에 한계를 느끼며 겸손해지기도 한다.




직장에서는 손님 응대를 하느라, 직원들과 교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퇴근하면 피로가 파도처럼 몰려온다. 그럼에도 평일에 두 번 이상은 삼일문고로 퇴근하려고 노력한다. 서점 문을 나설 때는 항상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점 공간에 머무르지만 한편으로 나 자신에게도 머물렀다 가는 그런 오묘한 느낌을 받는다.

 

맛에 서점을 간다. 



서세권에 살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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