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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Jan 28. 2024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핵개인이 되어갑니다


수요일 퇴근 후,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의 저자 송길영 작가님의 북토크 행사에 참석했다.



회사에서 작가님의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굳이 신청하지 않았었다. 점점 작가님의 책이 이슈가 되고, '핵개인' 키워드가 뜨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달 전, 서점 입구에 붙은 '송길영 작가와의 만남' 포스터를 봤을 때 망설임 없이 카운터로 가 사전 신청을 했다. 



강연 하루 전 날, 작가님의 신작을 읽어봤다. 책의 주요 키워드로는 다양성 시대, 생성형 AI, 당신만의 서사, 효도의 종말, 핵개인의 출현 등이 있다. 초반부는 다소 루즈했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읽기에 속도가 붙었다. 밑줄도 꽤 많이 치면서 읽었다.


저자는 말한다. 위로부터 아래로 유지되던 시대를 지나 개인 상호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러한 새로운 개인을 '핵개인'이라 칭한다. 이들은 조직의 직급이나 지위보다 개인의 역량과 생존을 고민한다.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나아가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길을 허락한다면 기존의 불합리를 깰 수 있다고 한다. 상호 인정이라는 새로운 권위가 사회에 자리 잡는다면 우리는 각자 세계의 주인이 되는 핵개인으로 거듭날 기회를 얻게 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핵개인으로 거듭나서 혁신의 주체가 돼라."



저자는 말했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고. 이미 와있지만 누군가는 빨리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미래가 와있는 줄도 모른다고. AI 기술은 더 이상 미래의 무엇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모든 영역에서 로봇, AI와 함께하게 될 운명이다. AI 동료는 출퇴근이 없다. 반복된 일은 AI와 로봇이 한다. 노동력으로 시간을 파는 것은 이제 AI로 대체될 것이다. 만약 파는 것이 시간이 아니라 지능이라면 개인은 언제 어디에 있어도 무방하다.


그전에 우리는 이렇게 믿었다. AI는 창의적인 일은 할 수 없을 거라고. 과연 그럴까? AI는 이미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시켜 결과물을 생성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생성형 AI로의 발전이다. AI가 음악, 그림, 소설, 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창의적일 뿐 아니라 한 발 앞서가서 알려주기까지 한다.



저자는 책에서 브런치 플랫폼을 언급했다. 요즘 편집자들은 특색 있는 브런치 출신의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꼼꼼히 탐색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서로가 품앗이하듯 소비해 주는 작은 장터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는 앞으로 서로에게 팬덤이 되어주고 그 팬덤에 기대 살게 될 것입니다. 작은 규모의 팬덤이라도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성장세를 표현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블로그의 구독자, 인스타그램의 달리기 기록처럼 측정된 권위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됐던 부분이었다. 디지털 세상에 우리는 SNS를 매개로 삶의 흔적을 남긴다. 축적된 기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를 통해 서로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하며 상호 응원한다. 저자의 말대로 팬덤을 계속 유지하려면 고유성을 갖고 꾸준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간 그 고유성이 진정성으로 인정받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이다.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요구됩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함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었더니 내용이 더 가깝게 다가왔다. 책을 바탕으로 진행된 강연이라 그런지 책에는 나오지 않았던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영화 모아나 아시죠? 섬에 있을 때 뗏목을 만드셔야 합니다."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   안정적일 때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주말인 오늘 디즈니플러스로 모아나를 봤다. 우리가 아는 내용은 모아나가 내면의 소리를 따라 떠난 모험의 서사이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 마우이가 있다. (마우이의 서사 앞부분은 생략한다.) 마우이는 분신과도 같은 마법 갈고리를 잃고 암초섬에서 수년간 지냈다. 바다로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모아나가 뗏목을 타고 오자 드디어 배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뗏목을 스스로 만들려 하지 않고 신의 선물만 기다렸던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을 작가님이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다. 마우이는 섬에 있는 동안 뗏목을 만들어서 탈출을 했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만 바라기엔 시간을 너무 낭비하게 된다. 직장을 다니면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계속 찾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기승전퇴사로 이어지긴 하지만 나는 실제로 준비된 퇴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님의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보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용기 내서 손을 들고 작가님께 질문했다.


"평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 열심히 자기계발하며 퇴사를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퇴사에 배부른 소리 말라하십니다. 저는 점점 핵개인이 되어가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참 힘듭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작가님은 공감해 주시면서 오늘 강연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말씀하셨다. 그리곤 답을 주셨다. "어머니와 여기를 함께 오셨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우선은 퇴사를 미리 알리지 마세요. 반발의 여지를 주지 마시고 준비되면 그때 얘기하세요. 대신 직장 다니는 동안 준비를 잘하세요. 그리고 갈 때 책에 어머님 이름으로 싸인해 드릴 테니 드리세요."





섬에 있는 동안 차근히 뗏목을 만들어야겠다. 뭐든 하라고 강조하신 작가님의 조언처럼 계속 뭐라도 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다가온 미래를 인지하지 못하고 대체될지도 모른다. 강연의 핵심인 '주체성을 가진 핵개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강사님은 말씀하셨다. "이미 얼마나 많이 바뀌었습니까. 이젠 정말 워라밸이 가능하지 않나요. 퇴근 후 7시부터 지금 이 자리에서 강연 듣고 있는 여러분은 모두 핵개인이십니다."




강연이 끝난 후 독서모임 회원분들과 카페로 향했다. 강연 내용을 공유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직업, 직장, 살아온 환경 등 여섯 명의 다른 핵개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 보니 밤 열한 시가 되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봤었다. 독서 모임이 끝나면 늦게 들어올 때가 많아 밤하늘을 자주 본다. 그날따라 달이 정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로등보다 더 밝았다. 밤하늘과 고독을 느끼며 또 한 번 느꼈다. 지금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달이 나의 미래라고 믿었다.






우리 모두 내 삶의 주체성을 생각하는 진정한 핵개인이 됩시다!라는 말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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