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리 Apr 07. 2024

기버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좋은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 되기


최근 자청의 <역행자>를 다시 읽은 뒤, "기버가 되는 것에 고민해 보아라"는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과연 기버 성향을 가진 사람인가? 주위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들로 지난 한 주의 일상을 보냈다. 실제로 기버가 되는 것에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일주일 정도의 사고 끝에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



글쓰기를 위해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를 전자책으로 가볍게 읽어봤다. "통념에 따르면 큰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능력, 성취동기, 기회다. 여기 대단히 중요하지만 간과하는 네 번째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다."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호혜원칙'이 다르다는 것을. 호혜의 정의는 '서로 특별한 혜택을 주고받는 일'이다. 즉, 사람마다 주는 양과 받는 양에 대한 희망에 극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 선호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호혜원칙의 상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기버'와 '테이커'로 구분한다. 직장에서는 상호관계가 좀 더 복잡하기 때문에 대개 세 번째 행동 유형을 택한다고 한다. 바로 손해와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매처(matcher)'다. 나는 이 유형에 속한다. 받은 만큼은 되돌려주려고 하고,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 호의를 주고받는 관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 '기버' 유형의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내 옆 자리 동료다. 언젠간 이 친구에 관해 꼭 글을 써야지 했는데 이번 주제와 잘 맞을 것 같아 이야기해 볼까 한다. A동료는 30년 인생 지금껏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착한 사람이다. 지점에서 궂은일은 도맡아서 하려 하고, 사적으로 밥을 먹으면 사주려고 하고 돈도 받지 않으려 한다. 돈을 보내면 항상 돌려줘서 실랑이를 꼭 해야 한다.


지점에 까다로운 업무를 요청하는 손님이 오면 항상 '이 쪽으로 오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한다. 망설임이 없다. 나와 나이는 같지만 일찍 일을 시작해 10년 차가 넘는 베테랑이긴 하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을 누구나 하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휴가 때도 대직자가 뭘 물어보면 직접 본점에 전화해서 답을 알려주기까지도 한다고 한다. <기브 앤 테이크> 책 내용을 인용하자면 A 동료는 '빛을 발해 조직을 밝게 비추는 태양'이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너그럽게 돕는 그런 사람이다.


<기브 앤 테이크> 책 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한 심리학자의 연구였는데,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너그럽게 행동하면 이디어싱크러시 크레디트 즉 개인신용점수를 얻는다. 조직 구성원의 마음속에 누적되는 어느 한 개인의 긍정적인 인상을 말한다." A동료는 분명 높은 점수를 쌓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 직원은 고졸채용 출신이었지만 빠른 승진을 했다. 조직 내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라고 들었다. 업무, 실적도 모범이 되는데 이타적이기까지 하다.

 


'베풂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라는 말이 책에 나온다. A동료는 그렇게 계속 자신도 모르게 내게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덕분에 인간관계에 관한 나만의 원칙이 생겼다.


'좋은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꼭 도와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좋은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A동료를 '기버'다라고 구분 지을 마음은 없다. 판단하기 전에 이미 행동으로 충분히 느끼게 해 줬기 때문이다.






이번 글의 제목을 '기버의 마음을 헤아려봤다'라고 지은 이유는 따로 있다. 공교롭게도 내 또 다른 옆자리에는 '테이커'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 지점에서 한 때 그 동료의 일을 다 같이 불철주야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고마움을 따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 직원이랑 밥을 먹고는 커피 한  마신 적 없다. 다른 직원들과 식사할 때는 서로 커피를 사겠다고 하는 게 일상인 분위기인데 말이다. '기버'에 관해 고민하다 보니 그 직원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기버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A동료 외에도 항상 베푸는 동료가 있다. 아침에 다 같이 나눠 먹으려고 달걀을 삶아오기도 하고, 본인 떡을 주문하면서 다 같이 나눠주고, 커피 캡슐도 사비로 사서 공유한다. 내게도 좋은 게 있으면 사서 주기도 한다. 다른 한 동료도 있다. 나를 포함한 본인보다 어린 직원들과 밥을 먹으면 항상 밥을 사주신다.



이런 직장 동료들의 마음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진정으로 깨닫게 됐다. 기버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됐다. 먼저 잘 베풀지는 못해도 받는 만큼은 꼭 보답하는 삶을 살아왔다.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기버'의 삶에 마음이 갔다.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고 서두에 말했는데 확신은 없다. 기버들에게 좋은 기버가 되겠다는 시작으로 '이타적인 베풂'으로 나아가고 싶다.



더 나아가서 성공하고 싶기도 하다. <역행자>에서 자청은 말했다. "1을 받으면 2를 줘라. 기버가 되는 것을 고민해 보아라. 인생이라는 긴 게임에서 이보다 좋은 투자가 없다. 인색한 사람은 정성이 없는 거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한 번쯤은 살면서 고민해 볼 주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기브 앤 테이크> 책에 인용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예전에는 편지를 보냈다는 걸 아무도 모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오늘날에는 기버가 더 빨리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기버가 된 다음 성공하면 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불편함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모두가 기버가 될 필요도 없고, 테이커나 매처의 삶이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고민의 결과로 사람들을 분류하며 기버인지 테이커인지 판단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기버에 가까운 삶도 살아보고 싶어 졌음을 말하고 싶다. <기브 앤 테이크>도 가볍게 읽어보길 바란다. "개인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이 상호작용한다는, 즉 조금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라."는 문장이 가르침을 준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먼저 베풀고, 이타적인 삶의 방향을 생각해 보며 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