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역할 과부하에 걸리다

by 마흔로그

나는 IT 대기업의 공학박사다.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떠올릴 만하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스스로의 뾰족함이 부족하다 판단했다. 대신 여러 시스템에 두루 쓰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의 단단함을 갖추기로 했다. 이것이 내가 ‘명품’ 대신 ‘양품’의 길을 택한 이유다. 어디에 갖다 놔도 제 몫을 해내는 믿음직한 부품이 되는 것. 그것이 복잡한 조직에서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 방법은 오랫동안 꽤 잘 통했다.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약속한 결과는 늘 지켰다. 그러는 동안 동료들은 나를 믿어주었다. 그렇게 묵묵히 일하며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꾸렸다. 지난 세월, 이 전략은 나를 지탱해 준 훌륭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마흔이 되었다. 직장인 말고도 아들, 남편, 그리고 아빠로 살아야 했다. 그 모든 역할의 무게가 동시에 어깨를 눌렀다. 연로하신 어머니, 함께 가정을 운영하는 아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 이 모든 역할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과는 달랐다. 각자 다른 해법을 요구하는,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었다.


한 가지 역할에만 집중하던 때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나, 아들로서의 나, 남편과 아빠로서의 내가 각기 다른 해결책을 요구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기다렸다. 마치 게임처럼, 인생의 난이도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나를 지키려던 단단함이, 오히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이제 예전의 방식을 내려놓는다. 나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건 단순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 아니다. 계속해서 올라가는 난이도에 맞춰, 나라는 사람의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다. 한 명의 직장인이자 아들, 남편, 아빠로서, 이 모든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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