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강력 1팀 사무실에서 수사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정수호 팀장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네, 정수호입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저 선우 엄마예요.”
“아, 네. 선우 어머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저 남편 휴대폰을 찾았어요!”
“네? 정말요? 어디에서 찾으셨어요?”
“선우 어린이집 가방에 들어 있었어요. 오늘 아침에 선우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준비를 하던 중, 어린이집 가방을 열어보니 거기에 남편 휴대폰이 있었어요. 휴대폰 전원 버튼을 눌렀는데 배터리가 없는 것인지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고요. 그래서 이렇게 팀장님한테 전화드리는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저희 형사들이 온갖 곳에서 정말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선우 어린이집 가방에서 나올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런데 왜 남편분이 선우 어린이집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 두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남편이 일부러 넣어둔 것인지, 아니면 선우가 잠시 가지고 놀다가 가방에 넣어 둔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선우에게 물어봐도 기억이 없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아, 네. 어쨌든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가 바로 댁으로 가겠습니다. 어디 가지 마시고 저희가 갈 때까지 댁에 계세요. 저희가 바로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정수호는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다른 형사들도 정수호 팀장이 전화를 끊자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총책 박상기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할만한 새로운 증거자료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강력 1팀 형사들의 얼굴에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무실 분위기도 한순간에 밝게 변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김선희의 집 앞에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강력 1팀 형사들의 수사업무 차량이었다. 정수호 팀장과 강진구 형사는 차에서 내려 김선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4층짜리 구축 다세대주택에서 김선희와 그의 아들 선우가 나왔다.
정수호가 승합차 옆 미닫이 문을 열어주며 김선희와 그녀의 아들 선우가 차에 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막내 강진구 형사는 차량의 운전석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승합차 뒷좌석에 김선희와 그녀의 아들 선우가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 마주 보는 역방향 좌석에는 정수호가 앉았다. 승합차는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우야, 안녕!”
정수호가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네”
선우는 짧게 대답했다.
대답하는 선우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정수호는 어린 선우가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오늘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과 씩씩하고 재미있게 놀아. 나중에 아저씨가 경찰차 태워줄게. 알겠지?”
정수호가 오른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부러 선우의 눈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선우는 겨우 얼굴에 미소를 보이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가 웃으니까 아저씨도 기분이 좋구나. 선우가 맛있는 과자 사 먹으라고 용돈을 좀 줘야겠다.”
정수호가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선우에게 주었다.
선우는 지폐를 가만히 보더니 자신의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정수호는 아이가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수호가 김선희의 얼굴을 보면서 선우에게 허락을 해 주라는 뜻으로 고개를 한번 살짝 끄덕였다. 여전히 엄마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선우에게 김선희는 허락한다는 듯 미소를 살짝 보이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제야 선우는 정수호가 내민 오만 원권 지폐를 두 손으로 받으며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래, 선우가 먹고 싶은 과자 사 먹어. 대신에 엄마 말씀 잘 듣고, 씩씩하게 지내야 한다. 그리고 과자만 먹으면 안 되고 밥도 꼭 먹어야 돼. 알겠지?”
정수호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우도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승합차는 어느새 선우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승합차에서 먼저 내린 정수호가 선우가 차에서 잘 내릴 수 있도록 손을 잡아 도와주었다. 김선희가 아들 선우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가던 선우가 뒤를 돌아보더니 정수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정수호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선우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선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김선희가 승합차 쪽으로 다가왔다.
“선우 어머니, 남편 분 휴대폰 발견한 것과 관련해서 추가로 진술조서를 작성해야 하고, 휴대폰 안에 들어있는 자료들을 증거화 해야 하는 포렌식이라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요. 거기에 참관을 하시고 서명날인도 하셔야 해서, 경찰서로 같이 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직장에는 3일 정도 더 쉬겠다고 말을 했으니까 경찰서에 가서 진술할 시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 지금 저희 차 타시고 같이 가시죠. 진술과 디지털 포렌식 절차가 모두 끝나면, 저희가 다시 댁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정수호는 승합차의 문을 열고 김선희가 차량에 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세 사람이 탄 승합차는 도로를 경쾌하게 달려 서남경찰서로 향했다.
서남경찰서 형사과 진술녹화실에서는 박경호 형사와 정수호 팀장, 그리고 김선희가 앉아 있었다. 김선희가 휴대폰을 발견한 사실과 관련하여 진술을 하고 형사들은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김선희가 휴대폰을 발견하게 된 경위와 자초지종을 모두 조서로 작성하고 난 뒤에, 이동균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였다. 즉 휴대폰 내에 있는 모든 자료를 복제하고, 혹시 삭제되었을지도 모르는 자료까지 모두 복원하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것은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서 꾝 필요한 조치였다.
모든 절차를 마친 김선희가 서류에 서명 날인을 하며 말했다.
“제 남편은 가족을 위해서 정말 헌신을 다 했어요. 그리고 우리 세 식구가 살기 위한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 마련하는 게 평생소원이었던 사람입니다. 제 남편 죽게 한 그 사기꾼들, 제 남편을 폭행해서 죽게 한 그 놈들, 꼭 법에서 정한 최고의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팀장님과 형사님들이 도와주세요.”
김선희는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선우 어머니. 저희가 남편 분의 휴대폰 자료에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찾아보겠습니다. 만약 범죄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있다면 범인들이 부인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법에서 정한 최고의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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