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텅 빈 시간 속에서 작은 흰 책상 하나 두고 시작한 창업 이야기
원래, 예술을 하던 사람이었다.
못하는 공부를 일치감치 손을 놓고, 100% 실기로 예고에 진학했다.
2019년, 코로나가 터졌다. 당시 난 17살이었다.
1학년 1학기는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된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돌았다.
방 한켠에 몸통만 한 흰색 책상을 하나 두고 레진아트를 시작했다. 취미로.
시간이 빨리 갔다. 내 눈앞에 핀셋만 눈에 보였다. 아마도 해가 졌다.
언니가 벌컥 방에 들어오더니 말했다.
"너 이거 팔아도 되겠는데?"
원래부터 실행력이 좋은 편이었다.
학교 마이가 부직포 같은 게 맘에 안 들어 친구와 둘이서 전교생 설문조사를 시작했던 적도 있다. 학교의 허락은 받지 않았었다. 원래부터 철두철미 하지 않았나 보다.
언니의 말을 듣고 바로 새로운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대충 멋들어지게 '공방'이라는 말도 붙여주고, 공방 이름은 내 별명인 '병정'이 좋겠다. 계정을 만들고 인사 게시물을 올린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내 타임라인은 텅 빈 공간처럼 아무도 뜨지 않았다. 나 혼자 뿐이었다. 별생각 없이 오늘 만들었던 열쇠모양 키링 사진을 올려본다.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다.
안 되겠다 싶어 원래 운영하던 코스프레 계정에 공방 트윗을 홍보해 본다. 300 팔로워 중에서 20명 정도의 친구들이 내 공방 계정을 팔로우해줬다. 이게 내 창업의 첫 자원이었다.
그 이후로 매일 최소 2개 이상의 게시물들을 올렸다. 초반엔 지인들 밖에 없어 뻘글도 많이 올렸다. 잘 나온 셀카 자랑이라던가. 하지만 동시에 매일 만드는 내 작품들도 게시했다. 작품 사진과 함께 작품명, 작품 설명, 가격 등을 적어 올렸다. 그렇게 작품을 10개쯤 올렸을 무렵 DM이 하나 왔다. "열쇠모양 키링 사고 싶은데..."
답장을 했다. "20,000원입니다..!", 얼마 뒤 거래가 성사되었다. 구매자는 같은 미술학원 친구였다. 배송은 하지 않았다. 학원에서 직접 만나 건네주었다. 학원에서 공유한 트위터 계정을 유심히 보다가 연락을 준 듯했다. 어쨌든, 판매는 판매다. 내 사업의 첫 손님이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고 게시물을 업로드해 나갔다. 40개, 50개 작품들이 피드에 쌓여갔다. 작고 반짝거리는 액세서리를 만들고, 클래식한 작품 스토리텔링을 하는 우리 공방의 콘셉트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달 만에 팔로워는 금방 100, 200명을 지나 500명을 찍었다. 4달 째에는 1000명을 찍었다.
팔로워 1000명, 요즘 같은 SNS 과포화 시대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숫자다. 하지만 그 어떠한 요령도 없이, 오로지 진정 소통과 제품으로만 모은 1000명은 계정을 수익화하기엔 충분한 수치였다. 공방 운영 2달째 이미 월수익이 100만 원이 넘어갔다. 4달 째에는 200만 원을 넘어갔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내가 17살 때부터, 방에 작은 흰 책상 하나 두고 시작한 창업 이야기를 연재할 생각이다. 참고로 나는 창업을 3번 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그동안의 창업을 하며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실패하고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나의 줄줄이 소시지 같은 이 끊기지 않는 이야기들을 여기에 기록으로 나마 남겨둘 생각이니 많이들 와서 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