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마케팅 공부를 시작한 방법
2분마다 휴대폰을 열어 최근 인기 게시물을 읽는 게 습관이었고, 타겟들은 내 눈앞에 있었다. 배우기 좋은 환경이었다.
나는 SNS 중독이었다. 어느 날 하루 스크린 타임이 21시간이 찍혀있었다.
SNS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도 아직 전문가는 아니기에 그것에 대해서 정확히 명명할 수 없겠다만, 그 기본은 알 것 같다. SNS를 통틀어 마케팅의 기본은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다. 코스프레를 취미로 하며, 그것들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고 비슷한 사람들을 커뮤니티 속에서 만났었다. 그러고 트위터를 시작한 지 5년 차에 공방 계정을 개설했다.
트위터에는 '#트친소'라는 문화가 있다. 특정 커뮤니티 분야와 함께 저 해시태그를 달아 자기소개 게시물을 올리면, 서로서로 그 해시태그를 검색하여 뜬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팔로우를 맺는 '같은 관심사 친구 찾기' 문화다. 이런 문화 덕에 지금도 트위터는 각 소분야 사람들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위와 같은 트친소 문화로 내 공방의 타겟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방의 첫 게시물이었던 내 트친소 글에는 다음과 같은 해시태그가 달려있었다. '#작가_트친소', '#레진아트_트친소'. 내 제품을 구매할 타겟들과 정확히 일치하는 태그는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작가 동료를 구하는 해시태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트친소를 통해 나는 200명 정도의 작가 트친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날 팔로우 했고, 내가 올릴 작품 게시물이 마음에 들면 가끔 리트윗(*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자신의 피드에 공유하는 것. 리그램과 비슷함)을 하며 자신의 타임라인에 공유해 줬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내 작품을 본 작가 동료들의 팬들이 나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내 첫 창업의 팬들을 그렇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나는 계속해서 작품들을 올렸다. 작품 게시물이 200개쯤 쌓일 무렵(총게시물은 1000개가 넘은 지 오래였다) 게시물 하나가 터졌다. 반응이. 리트윗은 1000개 가 넘었고, 좋아요가 2300개쯤 찍혔다. 얼마 전, 팬심으로 만들었던 쿠키런 캐릭터 콘셉트 액세서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트위터를 5년 넘게 해 오면서 처음 받아보는 양의 관심에, 가슴이 들떴다. 조금이라도 뭘 더 해서라도 이 폭발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싶었다. 달리는 댓글에 열심히 답변도 해주고, 계속해서 내 피드에 그 게시물을 리트윗(자신의 피드에 리트윗 하여 한번 더 내 팔로워들에게 노출시킬 수도 있다.)했다. 하지만 4일쯤이 지났을까, 얼마 안 가 내가 손 쓸 수 없이 그 열기는 식어버렸다.
다시 한번 그 열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이젠 더 이상 20~40개의 리트윗은 성에 차지 않았다.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원했다. 그래서 소비자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뭘까?", "사람들은 어떤 것에 반응하지?". 자연스럽게 그 질문들을 쫒다 보니 사람들이 행동하는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것보다 귀여운 거든 엔틱 한 거든 색이 확실한 걸 좋아하는구나.", "설명은 한눈에 보기 좋게 명확하게 적어야 읽는구나." 등 내 타겟에 대한 여러 가지 명제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매 게시물마다 실시간으로 시장에서 파악한 내용들을 반영해 갔다.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 더 감정을 자극하게...". 결과들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A가설을 바탕으로 만든 게시물은 다시 터졌고, B가설을 바탕으로 만든 게시물은 반응이 파리만 날렸다. 그럼 다시 A가설을 가지고 어떻게 더 반응이 잘 나오게 만들지 고민했다. 내가 사수 하나 없이, '마케팅'이라는 단어도 모른 채로 마케팅을 공부한 첫 방법이었다.
그 뒤로 나는 계속해서 성과들을 내갔다. 월 순수익 300만 원 돌파, 텀블벅 펀딩 성공, 시리즈 제품 공개 게시물의 8000 리트윗까지. 레진아트가 유명하지 않았던 2019년, 트위터 레진아트 작가들 속에서는 선방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다 사건이 하나 터졌다. 2만 명에게 욕을 먹는 그 사건이.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