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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열매 올리브 Feb 05. 2023

왜 13월은 없을까?

아니, 그냥 월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새해가 밝아도 한참 밝았고, 1월이 반이나 지나갔건만 이제 와 작년을 그리워하는 건 무슨 감정일까.

돌이켜 보면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고 괜한 미련이 생기고, 그래서 뭘 놓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연말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늘 친구들과 이런 주제로 담소를 나누곤 했다, 올해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물론 이상한 눈초리로 타박하는 치가 여럿이었지만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일 년은 열두 달이고 그게 기정화 된 사실인데 어째서, 왜 열두 달일까?

혹시 이 물음에 답을 건넬 분이 계신다면 정말이지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다!

사실 11월까지는 별생각 없이 사는 게 일상인데, 희한하게 12월만 되면 뭐가 그렇게 조급하고 분주한 지 하루가 아까운 생각이 든다.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 집순이건만 일 년의 마지막 달을 위한 일정은 빼곡히 들어차있다. 평일 저녁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지만 12월의 저녁은 대개 숨 가쁘게 흘러간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를 거창하게 하는 것은 또 아니다.

혹여 나를 위한 계발의 시간을 가졌다면 좋게 봐주시는 분이 계실까 모르지만, 그게 아니므로,,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약 13월이 있다면 12월에 조금은 느긋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간 처리하지 못했던 일도, 또 시간이 애매해 만나지 못한 이의 얼굴을 보며 심심한 대화를 나눈다던지 말이다. 일 년의 마지막 달을 위한 각종 행사나 전시회가 두 달로 쪼개지는 것이니 그만큼 가능성도 더 생기지 않을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핑계로 들릴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혼자서 괜히 찝찝해하는 아주 개운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새해 아침이 밝으면 모든 것이 초기화가 됐다는 마음에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그런 처지의 나를 받아들인다. 이쯤 되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나는 과거에 연연하는 성향이 남보다 도드라지는 사람인가 보다. 일종의 저장강박증처럼 무언가를 계속 담아두려 하는데, 그 용량이 다 되었음에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는지.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올 연말을 걱정하는 나는 참 답이 없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않는 13월을 기다리게 되는 건 그 해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일말의 그리움이겠지.

그래도 아직 나는 이런 마음을 품고 사는 지금이 좋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은 나중에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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