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 열매 올리브 Feb 09. 2023

새벽을 맞이한다는 것

소곤소곤

현재 시간 오전 5시 18분.

전날 일찍 잠든 것도 아닌데 웬일로 빨리 눈이 떠졌다.

생각보다 정신이 말짱해 다시 눈을 감기가 조금은 아쉬운 상황이다.

살면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싶다.


나는 아침형 인간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더욱 심각한 건 저녁에 돌아치는 성향도 못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의 일일 활동범위는 그저 해가 스멀스멀 떠오를 때, 사람들이 한창 바삐 움직일 때 정도일 거다.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정말 당연한 것이기에 그간 그렇게 신경 쓰며 살지 않았다.


미라클 모닝이라며 새벽부터 활발히 자기 계발에 힘쓰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분일초를 쪼개 무언가에 쉼 없이 열정을 쏟는 행위 자체가 놀라웠다.

하루를 계획하고, 그 흐름대로 자신을 일상에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말로는 쉬워도 실제 그 삶에 녹아드는 과정이 꽤나 고통스럽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누군가는 동트기 전의 "오늘"을 기대하며 많은 것을 해낸 그날을 기억하겠지.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모여 달이 되고 해를 바뀌게 해 줄 것이다, 아주 차곡차곡 말이다.

그럼에도 나 같은 사람이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극히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니 그 무수한 날을 나의 의지대로 꾸미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하루를 꼭 알차게 보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본인이 원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허락된 하루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각자의 소임 아닐까.


글을 쓰며 주변을 둘러보니 밤인지 이른 새벽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분명한 건 하루의 끝에서 오늘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마음이 피어나는 걸 테다.

태생이 부지런하지 않은 자가 어쩌다 한 번 의도치 않게 깨서, 잠시나마 온전한 정신일 때 끄적이는 글이다. 나는 오늘 어떤 하루를 살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 [활자 산책 ①] 나를 밀어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