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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길잡이 Jul 23. 2021

이 세상엔 완벽한 직장은 없어요_대학교 교직원

교직원은 신의 직장?

두 번 퇴사를 하고 나니 이제는 일을 하는 것이 무서웠다. 스스로 자책을 많이 했었고 어느 기관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매일같이 취업카페를 살피던 중 직장 만족도가 높다며 자신의 직장을 추천하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교직원이었다.


대학교 교직원은 신의 직장?
신이 숨겨놓은 직장?


그때부터인가 나는 신의 직장이라는 말에 홀려 교직원 채용만 바라보며 준비하게 되었고 감사하게 서울에 있는 사립대 교직원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하지만 교직원은 내 직장경력 중에 가장 짧게 다닌 곳이라는 오명을 남겨 주었다.


사람들은 교직원이라 하면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

1. 정년같이 다닐 수 있는 안정성

2. 워라벨이 가능한 환경

3. 낮은 업무강도

4. 학생들을 보며 근무하는 즐거운 업무 환경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고 일반 회사를 다닐 때 피곤에 찌든 직장인들만 보다가 활기차고 귀여운 학생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출산율이 낮아지고 등록금이 지속적으로 동결되는 상황에서 대학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대학교는 교직원으로 경력자를 선호한다. 입사하기 전에 하긴 '경력이 있으면 일을 잘 적응할 수 있으니까 선호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입사하고 왜 경력자를 선호하는지 깨달았다.

대학교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 업무를 하다 보니 '일당백'인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입사하고 업무에 투입되자마자 수인계 없이 업무에 던져졌다. 일반 기업은 사수나 같은 라인의 과장이 한번 더 업무를 체크하기 때문에 업무를 파악하기 수월한데 여기는 직원들 각각이 중복된 업무 없이 개개인이 많은 업무를 맡고 있다. 가끔 대학 행정실에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를 바꿔주겠다고 두세 번 전화가 돌려지는 것이 그 이유이다. 다른 사람이 내 업무를 모르기 때문에 전임자가 알려주지 않으면 나는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묻고 알려달라고 구걸하기 바쁘다. 그러므로 아무런 경험이 없는 신입이 배치되어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 업무에 적응하기 어려워 력이 없는 사람을 뽑지 않는 것이다.


나는 교직원이 되었을 때 워라벨이 있는 행복한 삶을 꿈꿨다. 이런 생각을 고 입사한 내 잘못이 크지만 내 생각에 교직원은 워라벨을 바라면서 오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정신을 가지고 와야 하는 곳이다.


앞서 말하듯 등록금 동결로 대학에서 신입사원을 많이 뽑지 않아 한 사람당 업무량 굉장히 많다. 나는 국제처에 발령을 받은 날부터 정시에 퇴근한 날이 한 번도 없었고 유학생 유치 홍보, 유학생 입학부터 졸업까지 리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기에 업무량이 상당했다. 내 입사동기는 행정실에 발령받았는데 정실에 일하는 정규직 교직원이 내 동기와 팀장님 둘밖에 없었다. 년이 보장되는 기관 어디든 똑같겠지만 일부 깨어있는 상사를 제외하곤 나이 많은 윗 직급 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 물론 계약직분들과 조교분들이 업무를 분담해 주시긴 하지만 이런 상황만 보더라도 최근 입사한 교직원들의 업무량을 상상해볼 만하다. 


교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대학교는 교원과 학생이 중요하지 교직원에 큰 관심이 없다. 교수님과 교직원 사이에보이지 않은 선이 있다. 각 처별 처장님의 자리는 교수들의 자리 이므로 행정과 실무를 모르고 교직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일 요구할 때마다 사실 허탈하기도 하다. 교직원에게 업무적으로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일하고 업무에 성취감을 느끼고자 한다면 교직원이 맞는 자리는 아니다.


3군데의 직장을 거치니 나는 인간관계나 업무에 휩쓸리지 않고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지려면 전문성을 길러야 되겠다는 결론내렸고 세 번째 직장을 퇴사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신의 직장이 존재할까? 신은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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