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해선생의 주장
추억의 노래, <I want to know what love is>가 문득 떠오른 것은 오래전에 케이블 티브이로 본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당구장 씬이었던 것 같다. 장발의 롹커가 금발의 미인을 당구대 위에 눕히더니....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시에 영화를 제대로 다 못 봤다. 문득 처음부터 제대로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는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 거다.
대체 어떤 영화였지? 눈을 감고 집중하니 주인공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하, 그 잘생긴 놈(분)... 근데 이 분, 이름이 뭐였더라?
또 생각이 안 난다. 이 분의 이름을 알아야 검색을 해서 필모그래피를 통해 제목을 알아낼 수 있을 텐데.
톰 행크스?
이 분은 아니다(전혀 롹커처럼 생기지 않았다).
톰 새디악?
이 분은 <브루스 올마이티> 감독이지.
대체 그 양반 이름이 뭐지?
떠오를 듯 말 듯... 이럴 때 나는 '뇌가 간지럽다'는 표현을 쓴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잠시 잊은 그 배우의 출연작들 중 제일 유명한 작품을 검색하여 이름을 알아내기로 한다. 그 유명한 시리즈물... 아... 아.... 뭐였더라?
빌어먹을, 이 영화 제목마저 생각나지 않는다니.
리쎌웨폰?
이건 멜 깁슨 영화다.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이건 멧 데이먼이지.
아, 또 머릿속 해마 부위가 가려워 오기 시작한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그 순간 통찰(?)의 섬광이 번뜩인다. 그 시리즈 물의 영어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희한하게 우리말 제목은 알 것 같다.
'불가능한...'
'불가능한.....임무?'
아! 불가능한 임무! 이걸 영어로 옮기면....
미션 임파서블!
그렇게 하여 <미션 임파서블>을 검색하여 주연 배우의 이름을 알아낸다(장하다).
톰(탐) 크루즈.
그래, 바로 이 양반이었지.
다시 톰 크루즈의 이름을 검색하여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본다. 그가 장발의 롹커로 출연하여 에로틱하게 <사랑이 뭔지 알고파>를 열창했던 영화의 제목은 바로,
락 오브 에이지!
Q.E.D.
이 제목을 알려고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조기 치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세포가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잖아도 요즘 이상한 습관이 생기긴 했다. 오전 여섯 시면 무조건 눈이 떠진다. 새벽 한 시에 자든, 두 시에 자든 결과는 항상 똑같다. 수면 시간이 줄면 그만큼 인생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니 나름 좋을 것도 같지만, 문제는 수면 부족이 야기하는 컨디션 저하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나이 들으면 잠이 줄어든다는데....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지만 간헐적 망각으로 추측하건대 조기 노화가 아예 의심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단순한 건망증이기를 바란다.
"건망증 좋아하시네!" 친구인 '음해선생(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기실 '음해'라기보다는 '곡해'라고 해야 맞다)'이 말한다.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여자만 기억해서 그런 거겠지."
"뭔 소리임?" 내가 물었다.
"증거를 대볼까?"
"그러든지 말든지."
"스트레이키즈의 멤버들 중 한 명의 이름을 대봐." 그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세븐틴의 멤버들 중 아무나 이름 대봐."
"알아야 해? 몰라, 씨바..."
"그럼 아이브에서 제일 예쁜 애 이름은 뭐야?"
"장원영. 안유진은 그 다음이고."
대답하는 순간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또 물었다.
"그럼 뉴진스 멤버 중 아무나 이름 대봐."
"민지, 해린, 하니."
"여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 그건 쉽지. 소연, 미연, 우기, 슈화, 민니."
"100점이네." 그가 말했다. "역시 너란 놈은....."
그는 언젠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머릿속의 99%는 여자로 가득 차 있어!"
수긍할 수 없다.
"무슨 소리! 내 머릿속의 60%는 음악으로 차 있어!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20%는 문학으로 차 있고 10%는 영화로 차 있지!"
아마도 1%만이 여자로 차 있을 거다. 나머지는 야구나 축구, 정치, 역사, 만화 등등.
그가 일축했다.
"놀고 있네! 당신 머릿속의 99%가 여자야!"
"그럼 나머지 1%는 뭐임?" 내가 물었다.
"나머지 1%는 기타(Guitar)겠지."
그가 대못을 박았다.
"그런데 그 1%의 기타도 결국은 '작업'을 위한 거 아님?"
왠지 억울하다....
언젠가 내가 '나의 성스러운(Holy) 예술 활동'에 대해 언급했을 때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성스러운(holy)'이 아니라 그 '성스러운(sexy)'이겠지."
Holy shit.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어제, 외롭게 연휴를 보내는 독신남인 나를 위해 그는 '청년피자'를 두 판이나 배달시켜 주었다.
그리고 3일 전에는 전과 떡을 사주었다.
지난 여름에는 막국수를 한 30그릇 정도 사준 것 같다.
순대국은 열 그릇 정도?
나의 대뇌(정확하게는 해마) 상태를 의심하든 말든,
그는 훌륭한 친구다.
<I wanna know whay love is>를 열창하는 변태 커플.
사랑이 뭔지 알고 싶다고?
이미 잘 알고 있구만,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