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괴로움의 원인은...
불알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소싯적에 임시완을 닮아 나로 하여금 '여자들은 남자의 얼굴은 보지 않는다'는 세간의 떠도는 말이 한낱 개솔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친구다.
긴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가 말했다.
ㅡ여자 안 만나냐?
내가 대답했다.
ㅡ지금의 학년에서는 여자들이 품절이다
그러자 임시완 왈,
ㅡ등산 모임 같은 데 나가야지
내가 말했다.
ㅡ그렇긴 한데 다 귀찮아
고양이에게 빗질을 해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ㅡ애초에 거두지나 말 것을, 만날 이놈의 털 때문에 이 무슨 고생이람.
요즘 같은 털갈이 계절에는 그 폐해가 심각하다. 뻥을 좀 치자면, 하루의 1/3의 시간이 이곳저곳에 떨어진 털을 돌돌이(테이프 클리너)로 제거하는 데 허비되는 것 같다. 허공에 부유하는 털은,
드럼의 심벌 위에도
기타 위에도
내 검은 옷과
머리 위는 물론
때론 밥 위에도
낙하한다
게다가 아무리 빗질을 자주 해도 이 빌어먹을 털은 끊임없이 나온다. 털의 화수분이랄까.
하지만 고양이가 뽀송뽀송 보들보들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털 때문이 아니더냐. 법륜스님이라면 이렇게 말씀하셨으리라.
사랑하는 것이 곧
괴로움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결론 :
여자는 고양이 털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