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Start with Why』의 존재를 알게 된 건, 회사에서 외주업체를 통해 자사 홈페이지 제작·관리·유지보수 업무를 맡던 때였다. 말이 총괄이지, 외주업체와 미팅을 하고 결과물을 사내 공유·논의로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에 가까웠다. 홈페이지를 실제로 만드는 일은 그들의 몫이었고, 내 일은 결과물을 검수한 뒤 이관받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것이었다.
첫 미팅 날, 그들은 단순한 홈페이지 제작이 아니라 “리브랜딩”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정립해 자사 홍보 방향을 잡고, 팜플렛까지 포함한 올인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가치 제안이었다.
그리고 그 첫날, 회의실에서 우리는 사이먼 시넥의 TED 강연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그 순간이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때였다. 강연에서 언급된 ‘골든 서클’은 회사의 리브랜딩을 위한 하나의 프레임워크처럼 보였다.
외주업체는 다음날부터 Why–How–What으로 귀결되는 회사의 브랜딩을 설계해왔다. 그 문서를 읽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웅장해졌다. “이런 비전과 미션을 수행하는 회사에, 동료들과 함께한다니.”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에서는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압도될 만큼 숭고한 가치, 열정과 에너지. 우리가 왜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에 대한 말들이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자주 들린다.
하지만 미팅이 끝난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런 감정은 다시 차갑게 식었다. 당장 처리해야 할 마감 업무에 치여 몸과 마음이 지치자, 내 안에서는 “그냥 쉬고 싶다”는 말만 남았다.
지금은 이 책을 읽고 난 뒤라서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때 이 책을 읽었어야 했다. 그때부터 ‘나다움’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왜 “그때 바로” 읽었어야 했는지는, 이어지는 글들에서 차차 설명해보려 한다.
시간이 흘러 1년 6개월쯤 지났을 때, 나는 회사를 나와 이것저것 시도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한 유튜버가 사이먼 시넥과 ‘좋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 대화의 중심에는 『Leaders Eat Last』가 있었다. 그날 나는 곧바로 그의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내 눈에 다시 들어온 것은 출간 15주년 기념으로 재출간된 『Start with Why』였다.
15년. 다시 발행될 정도라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에 책을 샀다. 하지만 “먼저 읽던 책부터 끝내고”라는 이유로 또 미뤘다. 그렇게 2026년 새해, 방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다시 발견했다.
불과 일주일 전, 이제 진짜 창업가가 되었다고 느끼던 나는, 처음 창업을 결심할 때 품었던 생각과 비전이 희미해진 채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창업하며 빠져나간 잔고를 떠올리면, 다가올 카드 청구서가 나를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푼도 벌지 못하는 회사라니.
그때 이 책의 제목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Why로 시작하라고?
지금의 중압감을 느끼는 나에게,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고, 어떤 일보다도 책 읽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