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병투약(隨病投藥) : 병에 따라 약을 쓴다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12. 치료는 논리보다 실증적 과학이 우선한다.
“공황장애가 나타나지 않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중증 공황장애 환자는 한 달 뒤에 인사차 들러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지만 재발의 위험성 때문에 온 것이었다.
“병의 줄기와 가지, 잎은 다 고쳤습니다. 하지만 아직 뿌리가 남아 있습니다. 어떤 병이든 세포재생의 주기인 100일은 꾸준히 뿌리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저도 재발의 두려움 때문에 더 치료받고 싶어요. 이 지긋지긋한 병으로부터 완전 해방시켜 주세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손 선생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부 증세가 사라지면 병이 나은 줄 알고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병의 뿌리는 더 깊어집니다. 꽃나무의 가지와 잎을 일부 쳐 버리면 뿌리가 더 실해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완전히 뿌리 치료가 되어야 안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증세가 좋아지면 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심해지면 찾아온다고 말했다.
승학이 보기에도 실제 그랬다. 불이 났을 때 겉 불을 끄면 진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불씨가 남아 있으면 불은 반드시 다시 붙어서 더욱 강하게 타오른다.
승학이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녀가 다시 물었다.
“뿌리 치료까지 다 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전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상태가 정상화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몸이 정상화되면 약한 장부가 회복이 되며 얼굴빛부터 전신이 전부 건강한 빛을 냅니다.”
“아. 그렇군요. 사실 저는 공황증세는 나타나지 않지만 여전히 소화문제는 편치 않아요.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소화관 질환은 그리 쉽게 낫지 않습니다. 입에서 항문까지 무려 9미터의 긴 관으로 되어 있어 그렇습니다. 위장병과 대장염이 완전히 사라지면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병원과 한의원을 많이 다녀본 그녀는 모든 말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특효제 처방을 받았다. 처음 왔을 때와 달리 그녀의 표정은 사뭇 밝고 활달해 보였다.
하루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여성 환자를 남편이 데리고 왔다.
그녀의 시선은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손 선생방향이 아닌 등 아래의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예 보이지 않나요? 제 얼굴이 있는 쪽을 가리켜 보세요.”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곁에 있던 남편이 말했다.
“아예 잘 보이지 않습니다. 희끗희끗하게 형체만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등 아래의 벽이 밝게 보이는 것을 사람으로 보고 그곳을 보았던 것이었다. 가만히 있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거의 보이지 않아요. 혼자서는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도 살림을 하기도 힘들어요.”
거의 절망적인 상태였다. ‘왜 안과를 가지 않고 한의원에 왔을까?’ 승학이 잠시 그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유명한 안과는 다 다녔습니다. 눈 치료 잘하는 한의원도 다 찾아다녔고요. 하지만 전혀 차도가 없던 차에 선생님이 난치병을 잘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난치병이면 안과나 치과, 이비인후과의 치료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손 선생은 별다른 말없이 그녀를 진단하고 나서 말했다.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체질의학으로 보면 인체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손가락 골절로 어깨가 아플 수 있고 소화관의 문제로 눈이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병의 뿌리를 찾으면 눈은 보일 수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예. 그렇군요. 제 아내의 눈병은 고칠 수 있을까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처음 눈이 안 좋아질 때 날파리증이라고 파리 같은 형제가 날아다니는 것을 느끼셨지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장염의 증세가 있지 않나요? 체내 염증이 많아서 그 영향이 포도막염을 일으킨 상태입니다. 다행히 감염성은 아니라서 치료하시면 효과가 빠를 겁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벌어졌다.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승학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계의 검사 없이 증상을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아시는지요?”
가만히 있던 부인이 약간은 흥분한 어조의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 역시 한마디 했다.
“저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놀랐습니다. 한의학에도 그런 증세가 있나요?”
“한의학에는 그런 병명이 없습니다. 그러나 체질의학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통합하기 때문에 서양의학의 증세와 체질의학의 원리로 그 병을 알 수 있는 겁니다. 눈병은 반드시 체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의학에서는 오직 눈만을 중심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원인치료가 될 수 없는 것이지요.”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 두 부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들 부부는 완전히 신뢰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들의 치료는 당연히 매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처음 침치료를 받고 나서 그 부인은 뭔가 확실히 밝아지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그 후 눈 특효제를 복용하며 치료하여 보름이 지난 시점에 침을 맞던 부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정에 있는 벽지 무늬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곁에 있던 그녀의 남편이 다가가서 물었다.
“내 얼굴이 보이는 거야?. 내 쪽을 한번 봐봐”
“아. 보여요. 비교적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손 선생이 다가가서 물었다.
“수병투약이라고 병에 따라 약을 잘 쓰면 치료효과는 무척 빠르게 나타납니다. 병의 원인을 못 찾고 약을 처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 말씀해 주세요.”
“치료를 받고부터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희미한 빛이 걷히고 형태가 뚜렷이 보여요. 하지만 붉은색이 많이 보여서 약간은 불편해요.”
옆에 있던 남편이 그 말을 듣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말했다.
“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제 아내가 실명이 될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었어요. 안과에선 치료가 늦으면 실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거든요. 그간 우리 가족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녀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승학이 곁에서 보기엔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매일 작은 기적을 보긴 했지만 안과질환에 대한 이런 기적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체질의학의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승학이 지켜본 바로는 특효제는 세 가지였다. 피를 맑게 하는 청혈환과 장의 염증을 치료하는 장염환, 눈을 치료하는 청안환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체질침법에 의한 침치료였다. 그 특효제와 체질침술이 눈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승학은 손 선생이 치료에 대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체질의학의 치료는 작은 기적을 만드는 일이라네. 큰 기적을 바라지 말고 작은 기적을 이루면 마침내 어떤 불치병도 치료할 수가 있는 것이야”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승학은 이 말의 의미를 손 선생이 한 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또한 동시에 깊고 푸른 체질의학의 바다 한가운데에 자신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