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체질의학 소설> 천차만별

천차만별(千差萬別) : 모든 사물이 차이가 있고 구별이 있음을 뜻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11. 체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

“선생님 어떻게 저의 성격이나 특성, 병의 뿌리에 대해 아셨는지요?”

“그건 체형과 기질, 진맥과 망진, 문진을 통해 아는 것이지.”

“저는 처음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잘 아시는지? 저를 꿰뚫어 보고 마음속 깊숙이 아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습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릇 병을 고치는 사람이 환자의 상태를 꿰뚫어 보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이야. 사람을 고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잘 안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 환자에게 물어보고 추정한다면 그건 진단이 아니고 약사들이 처방을 하기 위한 설문조사와 같은 거야. 그렇게 하면 병의 뿌리를 치료할 수가 없는 거지.”

“선생님, 그렇다면 저의 체질을 알고 병의 뿌리를 알면 고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야 물론이지. 체질적 원인을 치료하면 병은 낫게 되는 거야. 모든 병은 체질적 균형이 깨어질 때 발생하는 거야. 체질적으로 모자라는 성분이 있으면 그 균형이 깨어지며 질병이 생기는 것이지. 체질치료는 체질 최적화와 같은 의미야. 체질적 부족성분을 보충해 주면 병은 저절로 낫게 된다는 뜻이야.”

“체질을 모르면 병을 치료하기 힘들다는 뜻인가요?”

“가벼운 질병은 체질을 몰라도 치료할 수가 있다네. 하지만 중병은 체질을 모르면 고칠 수가 없지. 자동차의 가벼운 고장은 동네 카센터에서도 고칠 수 있잖는가. 하지만 큰 고장은 큰 공장으로 가서 설계도를 보고 고쳐야 하는 것과 같아. 체질은 인체의 설계도와 같은 거야. 그것을 모르고 어떻게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을 고칠 수 있겠나. 난치병은 반드시 체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네.”



그의 설명을 들을수록 승학은 깊이 매료되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수없이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승학은 어릴 때부터 많은 독서를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책 보다 그의 말은 울림이 깊었다. 깊이와 이치가 심오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승학은 굳게 결심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선생님, 저도 체질의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의학을 배울 수 있을까요?”

“자네는 인문학을 우선 공부하도록 하게. 예전의 명의들은 사서삼경을 공부하고 한의학에 입문했다네. 사서삼경은 요즘 인문대학의 과정과 같아. 심오하고 어려운 학문이야. 그렇게 탄탄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해야만 진실로 깊은 의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거야. 그런 연휴에 한의학은 나중에 공부하는 것이 좋아.”

승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인문학을 먼저 공부하고 그다음에 한의대를 가라는 말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승학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말했다.

“선생님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왜 인문학을 먼저 배우라고 하시는 건지요?”

“만약 자네가 전통한의학의 세계에 입문하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지. 또 졸업 후 바로 개원을 하면 여유롭게 살게 되며 안일한 삶을 살게 될 거야. 인간은 절박하거나 고통을 겪을 때만 깊은 연구를 하게 되는 법이야. 그런 연유로 먼저 인문학을 한 후에 나중에 한의학에 입문하라는 거야.”

“한의학을 먼저 공부한다고 해도 인문학을 같이 공부하며 연구를 할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자네는 대기만성형이 될 것이야. 그러한 과정을 밟는 것이 좋을 것이야. 나의 경우도 그랬네.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교직에 있다가 뒤늦게 공부하여 시험을 쳐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네. 예전엔 한의대를 나오지 않아도 시험을 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했지.”


승학은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이해가 되었다.

조선시대의 의원들은 약방에서 오랫동안 약초를 캐고 허드레 일을 했다. 하다가 뒤늦게 의학 공부에 입문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학이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는 나중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를 해야 할 것이야.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자연의학이라서 다양한 자연을 접해야 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연구하고 임상해야만 인간과 약초, 병을 잘 이해할 수 있다네. 그것이 자네의 운명이야.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될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제가 이렇게 깊은 병이 든 것도 다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잖나. 자네가 그토록 병마에 시달렸다는 것은 어쩌면 의학에 인연이 깊다는 뜻도 되는 거야. 활인성이 있는 사람이 의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오히려 병이 들어 저절로 의학에 눈을 뜨게 되지. 시중에 보면 중병 환자들은 거의 의술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수준이 높지 않던가.”

“그렇군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자넨 몸이 완전하지 못해. 완치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여기서 기거하면서 공부도 하고 일도 좀 도와주고 공부도 하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승학은 수선제에서 낮에는 일을 돕고 밤에는 검정고시에 매달렸다. 일단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뒷일은 몸이 낫고 나면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손 선생은 다른 일은 시키지 않고 승학을 곁에 두었다. 승학은 선생의 곁에서 신기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가끔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느껴져요.”

40대 중반의 학원강사를 하는 여성이 그렇게 말하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지요? 공황증세입니다. 가끔 발작이 나면 너무 불안해서 죽을 것 같고 숨이 안 쉬어지죠? 매사 짜증 나고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지 않나요?”

“제가 하고픈 말이었어요. 제가 말씀 안 드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 아시는 가요?”

그녀는 놀라는 표정을 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충격을 받지 않으셨나요? 그 후 심한 스트레스로 간장과 심장, 신장의 기능이 아주 약화가 되었어요.”

“정말 그랬어요.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믿었던 사람한테 큰 사기를 당해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것이 병의 원인이 되나요?”그렇습니다.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으로 그렇게 나타난 것이지요. “

“사실 정신과에 오래 다녔습니다. 그래도 낫지를 않아서 여기 온 거예요. 치료하면 나을까요?”

“이 병은 정신적인 병이 아닙니다. 정신과와는 무관합니다. 정신적인 충격이 몸에 병을 만든 상태입니다. 몸을 고쳐야 합니다. 간과 위장을 고치면 공황장애는 낫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러면 빨리 치료해서 낫고 싶어요.”

“오늘부터 공황장애 특효제를 복용하시며 치료하시면 됩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매일 하늘을 30분 정도 쳐다보세요.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늘을 쳐다보셔야 합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선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특효제를 복용하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치료의 과정인가요?”

“그럼요. 하늘은 기본적으로 푸른색으로 간의 기능을 강화시켜 줍니다. 하늘을 쳐다본다는 것은 시선을 멀리에 두기 때문에 심장도 편안해집니다. 또 지키셔야 할 점은 아침은 식사를 하지 마세요. 점심과 저녁엔 꼭 재첩국이나 다슬기, 추어탕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처방은 체질의 특성에 따른 것입니다.”

승학이 생각하기로는 독특한 방식의 처방이었다.

하늘을 보는 것이 간을 좋게 한다거나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체질의학으로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체질의학에서의 체질은 천차만별하였다. 완전히 동일한 체질은 없다면 그 의학적 깊이와 넓이는 얼마만큼 광활한 것일까?

승학은 뭔가 현묘한 체질의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느낌이 들었다.

keyword
이전 10화10. <체질의학 소설> 원기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