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체질의학 소설> 낙천지명

낙천지명(樂天知命) : 천명을 깨달아 즐기면서 이에 순응한다는 뜻이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14. 비밀스런 의통과 제자 입문의 길

“선생님, 제게 왜 체질에 대해서는 가르침을 주지 않으십니까?”

“아직 때가 아니다. 자네가 읽은 사상체질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체질의학이 아니야. 체질은 체라는 몸과 질이라는 두뇌가 결합된 의미가 있어. 그런데 사상체질에는 두뇌생리학이 없기 때문이야.”

승학은 손 선생을 곁에서 지켜보며 체질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그러나 그는 유독 체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는 수 없이 승학은 동무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을 수없이 읽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구절들이 많았다. 그런데 손 선생은 그것을 꿰뚫어 보듯 두뇌에 대해서 말했다.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제가 사상체질을 공부하면서 늘 느꼈던 의구심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왜 사상체질에서 두뇌생리학이 없나요?”

“그건 1894년의 지식적 한계 때문일세. 당시 서양의학의 해부학이나 두뇌생리학, 신경학, 호르몬학 등이 조선에 소개되기 전이었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통합이 안 되는 시절이었어.”

“체질의학에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중의학과 한국의 체질의학이 지닌 가장 큰 차이점은 통합의학의 개념일세. 중의학은 동서의학 협진을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고 있지. 그 이유는 중의학이 서양의학을 통합하는 기전이 없기 때문이야. 하지만 체질의학은 서양의학과 통합해야만 하는 기전이야. 체질이라는 말 자체가 몸의 체(體)와 정신의 질(質)로 분리된 것을 통합한 것이야. 기존의 의학이 몸 중심으로 된 것에 비하면 혁명적인 발상이지.”

“아. 그렇군요. 그래서 체질의학은 서양의학을 통합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당연한 것이야. 의학은 신과학을 통합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가 없어. 전통 한의학이라는 말 자체는 신과학을 통합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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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은 그의 말에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수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통합한 치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병명은 유사했지만 통합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손 선생의 치료는 확실하게 서양의학과 체질의학이 결합된 느낌이 있었다. 또 두뇌생리학을 중심으로 치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체질의학이 어떤 점에서 서양의학을 통합할 수 있나요?”

“기존의학에 없는 두뇌를 중심으로 체질의학의 생리가 작용한다는 것이지. 그리되면 서양의학의 해부학과 신경학, 내분비학, 두뇌생리학을 전부 체질의학에 접목할 수 있다네. 서양의학과 체질의학의 해부생리학을 동일하게 본다는 것이지. 그것이 기본적인 통합이네.”

승학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서양의학 이론을 모두 체질의학에 접목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발상이었다.

“선생님, 그렇다면 체질의학의 독창적인 치료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육체와 정신을 동시적으로 본다는 점이지. 몸을 고쳐서 정신을 치료하며 정신을 움직여서 육체를 치료하는 방식이야. 하지만 서양의학은 몸의 내과와 내과를 두뇌의 정신과와 분리했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한 것이지. 현대의학에서 한의학을 연구하는 이유는 그러한 한계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 차이점이 어떻게 다른가요?”

“서양의학에서는 심장은 심장내과에서만 치료하지. 간과 신장, 폐, 위장, 대장도 마찬가지야. 기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장부를 구분해서 치료하지. 두뇌와 오장육부의 병증을 모두 분리해서 전문화한 것이지. 이것을 서양의학의 객관적, 분절적 의학이라고 해. 분절은‘사물을 마디로 나눔’이라는 뜻으로 서양의학은 눈, 코, 입, 귀를 비롯해서 산부인과, 치과, 내과, 외과 등 모두 나눠져 있지.”

그는 노트에 연필로 인체를 그려가며 설명했다.

“체질의학은 개별적, 연동적 의학이야. 체질은 개별적으로 다르며 인체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지. 전체 속에서 부분을 찾고 부분에서 전체를 치료하는 거야. 심장이 좋지 않으면 그 원인을 간이나 폐, 신장, 비장과 연계해서 찾는 것이지. 체질의학의 독창적인 치료기술은 체질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정확한 병의 원인과 기전을 찾는다는 거야.”

승학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병이 위중했던 원인을 이해했다. 체질적 원인의 병으로 두뇌와 오장육부가 서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병증들을 하나씩 분리해서 설명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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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이 수선제에 머문 지도 어언 1년이 되어갔다.

그동안 몸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뿌리가 뽑히지는 않았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명상을 하며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체질의학의 세계에 입문하게 됨으로 승학은 간절히 공부를 원했다.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체질의학은 삶 자체가 되어 갔던 것이다..

한 번은 승학이 손 선생을 찾아가서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체질의학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하고 싶습니다. 제자로 받아들여주십시오.”

그는 승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가?”

“무엇보다 제가 간절히 하고 싶은 공부가 체질의학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한 동기이기는 ㅎ삽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은 많은 이들의 병을 기적처럼 고치셨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병증이 완치가 안 되는지도 궁금한 것은 사실입니다.”

“자네의 병은 난치병이야. 자네의 주병증인 상기증은 현재까지의 의학으로는 불치에 가깝다네. 그것으로 인한 비염과 축농증도 고치기가 매우 어려워. 나중에 건선이나 아토피 등 각종 피부염도 차례로 겪게 될 것이야.”

“왜 저의 체질은 그렇게 많은 질병을 겪게 되는가요?”

“그것이 자네의 체질이 지닌 미션일세. 나는 자네의 위중한 병증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뿌리에 박힌 병증은 스스로 고쳐야 할 것이야. 현재의 과학이 지닌 한계일세. 자네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세계는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야. 그 과학적 기반으로 자네의 병은 완치가 될 것이야.”


승학은 내심으로 깜짝 놀랐다.

자신이 지닌 난치병도 그렇지만 미래의 의학이 발달해야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승학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가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낙천지명(樂天知命)을 한다면 나도 바라는 일일세. 천명을 깨달아 즐기면서 이에 순응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네. 만약 자네가 간절히 원한다면 제자 입문을 허락하겠네. 그리되면 자네는 비밀스럽게 전수되어 온 ‘단군 의통’ 전수권자가 될 것일세.”

“단군 의통의 의미가 무엇인지요?”

“단군 조선 이후로 비밀리에 전해지는 비법을 뜻한다네. 의통(醫統)이란 말은 모든 치료법을 통일한다는 뜻이야. 최고의 치료방법을 찾아서 연구하고 통합한다는 뜻이 있는 것이지. 이는 앞으로 닥쳐올 각종 전염병과 괴질을 치료하여 사람을 살리는 활인의 임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승학은 일어나서 큰 절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사부님을 모시고 일심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알겠네. 나는 자네에게 심법을 전수하고 '단군 의통'의 모든 것을 전해 주겠네. 마음의 비법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가르침일세, 자네는 마음으로 비법을 모두 전수받게 될 것이야.|

승학은 정식으로 손 선생의 제자로 입문의 절차를 밟았다.

엄숙하고도 뜻깊은 제자입문식을 치른 것이다. 그날 승학은 자신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것을 느꼈다. 손 선생을 사부님으로 모시며 외길 인생을 선택했다. 앞으로 단군 의통을 지키고 연구하며 발전시키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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