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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29. 2024

10. 심마니와 약초꾼

소설: 강호의림 10. 특효제는 처방의 묘미를 통해 탄생한다.

“이제 곧 진귀한 약재를 다루는 사람을 만나실 겁니다."

아침 일찍 찾아온 집사가 말했다. 의산은 밤새 뒤척였지만 아침 9시에 약속한 만남을 준비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올 것인가? 

“모두 도착했다고 합니다. 호텔 회의실로 모시겠습니다.”

그가 앞장을 섰다. 의산은 그의 뒤를 따르며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온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여기에 앉으십시오.”

집사가 회의실 중앙에 의산의 자리를 배정했다. 최고의 상석이었다.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중에 신선 같은 풍모의 노인도 있었다. 

의산은 집사의 귓가 가까이 나직이 말했다.

“연로하신 분이 상석에 앉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오늘 가장 중요한 분은 선생님이십니다.”

그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 예, 그래요. 알겠습니다.|

의산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때 금테안경을 쓴 사람이 나타나서 앞자리에 착석하며 말했다. 

“오늘 회의는 제가 주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한 사항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분위기가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평안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어느 정도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귀한 약재의 목록을 제출해 주세요.”

금테안경이 서두를 꺼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이 노트나 종이를 꺼냈다. 그들은 중요한 약초의 목록을 적어서 앞으로 전달했다.

그들 중의 몇 명은 종이를 제출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가 다시 말했다. 

“당장 준비되지 않아도 됩니다. 차후에 가능하신 목록도 됩니다.”


그들 중의 도사 같은 풍모를 한 사람이 말했다.

“진귀한 약초는 하늘이 허락해야 구할 수 있소..”

“예, 허도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도술을 부리면 무엇인들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농담 어린 말을 하자 사람들이 웃었다.

“허허허, 그렇게 하겠소.”

허도사로 불리는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약재들의 목록이 어떠한 것 같습니까? 더 필요한 목록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의산은 약재의 목록을 받아 들고 놀랐다. 어떻게 이런 진귀한 약재를 구할 수 있을까? 여기 모인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닌 것을 느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약재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느낍니다.”

“정말 그 정도입니까? 저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심마니와 약초꾼들은 최고만 모았습니다.”     

“우리가 진귀한 약재를 모아도 결국 처방의 묘미가 있어야 하지요.”

허도사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천종산삼이나 천년근이라고 해도 처방이 안 맞으면 약효는 기대할 수 없지요.”

수염을 더부룩하게 기른 사람이 한마디 했다. 그는 산속에 생활하는 5대째 심마니로 활동한다고 했다. 그는 눈빛이 종이를 뚫을 정도로 강했다.

“예. 그렇습니다. 한약은 처방을 통해서 기적의 치료를 만듭니다. 진귀한 약재보다 정확한 처방이 중요한 것이 맞습니다. 진귀한 약재도 처방의 묘미를 통해서만 특효제가 됩니다.

의산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중국약재나 흔한 산야초 등의 약재로 특효제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자전거의 부품과 비행기의 부품이 다른 만큼 땅위를 달리는 것과 하늘을 나는 차이가 납니다. 진귀한 약재가 특별한 처방을 만났을 때 죽은 사람도 살리고 범재를 천재로 만드는 특효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의산이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이 그랬다. 진귀한 약재로 처방을 했지만 약효가 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미사일도 공격좌표가 정확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토종 약재 말고 히말라야나 동남아 약재가 필요한 목록이 있나요?”

재래식 한복을 입은 약초꾼이 한마디 했다.

“당연히 약성이 좋은 히말라야나 동남아 약재도 필요합니다.”

의산은 그에게 약재의 목록을 적은 종이를 주며 말했다. 히말라야와 동남아 약재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도 구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국제적인 약재에 관심이 특히 많습니다. 어느 나라나 진귀한 약재는 있기 마련입니다.”

“예, 맞습니다. 히말라야의 동충하초, 말레이시아의 통캇알리, 필리핀의 모링가, 베트남의 침향, 태국의 흑생강 등이 그런 것입니다. 숨겨진 약재도 의외로 대단히 많습니다.|

그들은 이미 지시를 받은 듯 약재의 목록뿐 아니라 토종약재 중의 약성이 뛰어난 것은 모두 기록하여 주었다. 

“이 정도면 훌륭한 가요? 더 필요한 약재의 목록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충분합니다. 다만 한분씩 자신의 약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채취장소와 시기, 효능 등을 알려주십시오. 전통적으로 비전 되어 오는 약재에 대해서도 한 말씀들 해 주십시오.”

그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약재를 설명했다.

진귀한 약재에 대한 그들의 지식은 놀라웠다. 그 전문성만큼이나 그들은 청산유수로 잘 설명을 해주었다. 

“이 정도의 약재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습니다.”

60년 된 장생도라지나 100년 된 더덕, 100년 된 잔대, 천 년 근 등을 설명하며 허도사가 말했다. 의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이 약재들로 정말 신통한 특효제를 만들 수 있소?”

그들의 설명이 끝나자 흰 도포자락을 입은 도인풍의 노인이 말했다. 

“한약의 처방은 정확하게 구성하면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진귀한 약재의 처방비율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신통한 특효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처방을 어떤 기준으로 해야 처방이 정확하다는 건가요?”

그가 다시 예리하게 질문했다.

“처방의 정확성은 체질이라는 좌표가 절대적입니다. 대포를 쏠 때 편각과 사각의 좌표가 있어야 하듯, 처방은 체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체질은 타깃의 좌표이자 처방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처방이나 특효제의 전문가들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의 귀하게 구한 약재들이 큰 효과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감하고 내일 보충 회의를 하겠습니다. 내일 필요한 자료를 첨부해서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개별적 요청이나 정리는 총무팀에서 모두 일괄적으로 처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테안경이 정리를 하며 회의를 끝냈다. 

의산은 그들과의 회의를 통해 더욱더 신비감이 깊어갔다. 그들은 순수했고 심지가 올곧고 심오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진인들을 찾아냈을까? 

의산은 같은 지구별에 살고 있지만 살아가는 세계가 칸칸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시공간이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강호의림(強豪醫林)

강호(強豪)는 실력이나 힘이 뛰어나고 강한 엘리트나 그룹을 의미한다. 

의림(醫林)은 의학의 숲이라는 뜻으로, 의학계를 일컫는다. 중국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강호(江湖)는 허구의 세계이며 판타지이다. 또 무림(武林)은 무술의 세계지만 그 역시 허구의 세계이다. 그러나 강호의림(江湖醫林)은 실제적 현실이며 최첨단 과학의 세계를 나타내며 동시에 판타지도 있다. 기적이나 마술, 놀라운 치료의 세계는 그 자체가 판타지인 것이다. 나는 누구나 절실히 알고 싶어 하고 찾는 진정한 강호(强豪)와 의림(醫林)의 길라잡이를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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