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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12. 2024

1. 체온과 사랑의 온도

열정의 온도 1. 그곳은 독특한 삼각문양들이 겹쳐져 있는 독립공간이죠.

그녀는 바다가 보이는 창밖을 무심하게 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섬으로 탈출한 자유를 느끼는 듯 보였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뒤돌아보며 진성을 향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새파란 불꽃이 그녀의 눈언저리에서 반짝 빛났다. 

가까이 오라는 신호 같기도 하고 몸에 불이 켜진 것을 나타내는 스위치 같기도 했다. 

진성은 양복 윗도리를 벗어 소파에 던져 놓고 천천히 그녀 가까이 갔다.

숨소리가 고르지 않게 귓가에 들렸다. 

그녀 역시 숨을 한 움큼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스커트를 스르르 내리고 진성의 손을 이끌고 침대 쪽으로 갔다.    

 

그녀의 팬티는 잠자리 날개처럼 얇게 허리에 미끄러지듯 걸쳐져 있었다.

석고상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스쳐지며 감촉이 느껴졌다. 진성은 그녀의 숨결을 가깝게 들으며 아뜩하게 천천히 침대 위 그녀의 몸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갓 잡은 연어처럼 파닥거리는 것 같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그녀는 진성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진성은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하지만 사랑의 온도는 아직 느낄 수가 없었지만 그녀를 느끼는 순간들은 성스러웠다.

몸을 떠난 감각만이 떠도는 것 같았다. 

마침내 진성의 손이 닿는 곳은 이미 젖어 있었다.

그곳은 그녀의 몸과 떨어져 있는 완전히 다른 섬과 같았다. 독특한 삼각문양들이 겹쳐져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 또 곧 터질 듯이 끓어오르는 분화구였다. 몸에 속하지만 특별한 자치구역이었다. 

봉곳하게 솟은 그곳은 육지가 보이지만 떨어져 있는 삼각주와 같은 은밀한 섬 같았다.      

감각의 도화선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는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10년 세월을 알고 지냈지만 단둘이 한 공간은 처음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 순간 스파크가 튀었다. 마치 예정된 운명처럼 그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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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만남이 시작된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저녁은 진성의 기분이 울적했다. 저녁 무렵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소주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섬에 한번 가고 싶어요. 저를 섬에 데려다줄 수 있나요?”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가정하며 말했다. 

진성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섬에 가면 도시를 벗어난 느낌이 들 겁니다. 밤이 되고 뱃길이 끊기면 섬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유리감이 느껴지죠.”

“정말 그런가요? 저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녀의 연이은 말은 묘한 설렘을 일으켰다. 

10년 동안 아무런 이성적 감정이 없었는데도 마치 그 말은 암시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진성은 착각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이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뱃길이 끊기고 육지로 나오지 못해도 괜찮다는 뜻인가요?”

“그래요.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진성이 생각하는 그대로의 대답은 아니지만 기대치는 조금씩 증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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