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서른살의 생일을 맞이했다. 특별 할 것 같았던 서른의 생일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생일축하한다는 가족들의 문자를 확인하고 출근하기 전 엄마가 부지런히 일어나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었다. 집안은 적막했고 스스로에게 생일축하한다고 말을 건냈다.
가방을 챙겨 버스를 타러 가면서 친구들에게서 다양한 문자들이 와 있었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세지에 새삼스럽게도 어느새 나이를 먹어 서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곱씹었다.
중학생 시절의 소원은 어서 서른살이 되는 것이었다. 서른살의 나는 적당한 직장에 취업해서 적당한 사람과 결혼해 적당히 평범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모든 불안정한 것에서 벗어나 여유가 생길거라고 반짝반짝 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서른 살이 되고나서 보이는 건 모이지 않은 통장 잔고와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실이었다. 그 현실은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이 무거운걸 다들 어떤식으로든 버티며 살아간다는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괜찮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20대를 버텼다.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게 없었지만 그래도 버티고 버티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그런 내가 너무 지쳤다는것을 얼마전에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 헤질때도 헤져서 상처로 얼룩덜룩한 나 자신을 잠시 내버려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을 바라볼때마다 나는 또 열심을 강요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잘 해내고 있지만 그러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는 기분이 든다. 퇴근을 하고 지친몸으로 침대에 누워 반쯤 감긴 눈으로 SNS를 살펴보면 나보다 더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짙은 한숨을 내뱉고는 만다.
자꾸만 뒤쳐지는 기분에 사로잡혀 이내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스스로 살아있음을 자각하지만 점점 하루를 버티고 견뎌내는게 버겁기만한 요즘이다. 이전에는 다 잘 될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걸어가는 길이 잘못되지 않은걸꺼라 생각해왔지만 그러기에는 짧은 인생이 너무나도 후회로 가득했다.
결국 서른살의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구했다. 타인의 시선에 눈치를 보고 사랑을 갈구하는 칭찬에 목이 마른 그런 아이, 누군가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그런 어린 아이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건 내 어린 시절부터 충족받지 못한 결핍에서 비롯된 마음일 것이다.
사실 남들의 보여지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그렇지 그들이 그렇게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할말이 없다. 모두가 그렇다. 힘들고 불안하지만 묵묵히 그것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정체되지 않고 이 삶에 안주하지 않으며 나아가는 누군가의 삶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묵묵히 견뎌나가는 누군가의 삶도...
결국은 그 어떠한 삶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서른이 되고 나니 조금 알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도 열등감이 넘치는 사람이기에 보여지는 그 모습들이 부러운 모양이다.
삶이란 뭐하나 내멋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내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감사하며 살아 나갈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천천히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세상의 떼가 묻어나기 시작한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늘 챗바퀴가 도는 삶속에 갇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중에 깨닫게 되는 하루의 의미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서른살이 되면 근사한 어른이 될거라 믿었던 중학생 시절처럼, 내년에는 괜찮을거라 믿었던 20대의 모든 순간에 가졌던 작고도 사소한 소망처럼. 분명 지금도 또 버텨나갈 수많은 이유들이 생겨나 그 이유는 곧 새로운 소망이 되어 또 내 삶을 이끌어 살아가게 할 것이다.
서른을 살아가는 모두가 힘든 여정을 걷고 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떤 선택을 하든 틀리지 않았다고. 그저 내가 처한 환경과 상황속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게 걸어가고 있을 뿐이라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삶이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불안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 소망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