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불었던 비눗방울은 빛에 반짝이며 동글동글한 자태를 뽐내고는 했다. 그게 너무 예뻐서 엄마 모르게 주방에서 퐁퐁(주방세제)을 물에 타서 비눗방울을 만들고는 했다. 그런데 주방세제 만으로는 비눗방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못내 아쉬웠던 나는 몇 번을 시도하고는 했었다.
'천천히 빨대를 불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중간크기의 방울 하나가 만들어 두둥실 떠올랐다. 그때의 성공에 아마 나는 활짝 웃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뒤로는 비눗방울을 불 때에 아주 약하게 바람을 불어넣게 되었다.
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나는 비눗방울을 보면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고는 했다. 그 당시에는 과학이라는 과목을 입문조차 하지 않은 꼬꼬마 시절이었기에 하늘을 넘어 넓은 우주까지 날아갔을 것이라 상상하고는 했었다.
동글동글한 비눗방울을 불던 순간이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때의 기억이 내게는 좋은 추억이었던 게 분명했다. 사실은 미용실에서 일을 하시던 엄마를 기다리면서 외로움을 달래던 하나의 놀이에 불구했지만 나는 그 놀이들이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둘째이다 보니 어릴 적에는 오빠를 따라다녀야만 했다. 오빠들은 잡기놀이나 총놀이를 즐겨했는데 같이 놀기는 했지만 비눗방울 놀이를 할 때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동생이 태어나면서 나는 오빠가 나를 챙겨줬던 것처럼 동생을 챙겨야만 했다. 친구들과 놀 때도 데리고 놀아주었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동생을 뒤에서 지켜봐야 했다.
귀엽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게 있어서 재미있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새벽에 눈을 뜨면 아침을 준비해야 했고, 마당에 있는 강아지 똥들을 치워야만 했다. 세탁기 빨래를 걷어 방 한편에 놔두는 일도 잊지 않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모든 일이 다 끝나면 나는 그제야 버스를 타고 학교를 향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쉬고 싶은 날들이 여러 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시골 어촌마을에서는 도무지 혼자 있을 만한 장소도 없거니와 매일같이 동네 꼬맹이들을 모아 와 내게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어른들 덕분에 어설프게나마 동생들을 놀아주며 지내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에도 내가 참 아이들을 좋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나를 위한 시간, 내가 노력해서 비눗방울을 날려 보낸 그 순간처럼. 온전히 나만 즐거워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깨달았다. 왜 이렇게 무겁고 해도 해도 일이 끝나지 않은 기분이 들고, 쉬었다고 생각하며 주말을 보내고 즐겼다고 생각하며 잠에 들기 위해 침대 위에 누웠다. 전혀 개운하지 않고서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받는 시점에서 나는 제대로 쉬는 법을 몰라서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알지 못했던 게 아닐까?
나는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을 생각하며 글을 적어 내려 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업무를 메모해서 가장 먼저 할 일들을 해치워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 바람을 쐬며 오빠와 장난을 치며 서로의 하루를 응원하는 전화가, 하늘을 보며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 아이들과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시간이,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스스로에게 고생했다 말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 아주 조금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은 기분이 든다. 너무 피곤했고 몸이 무거웠고 정신이 없었고 힘든 하루의 여정이었으나 잠깐의 특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낸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 매일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볼까 각오를 하며 출근을 하지만 결국은 커피 한잔의 여유에 마음이 차분해져서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겨 버린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오늘 하루를 지내오면서 사소하게 찾아오는 무겁지 않은 순간들인 것 같다.
날아가는 비눗방울은 우주에 잘 도착했을까? 우리의 지식은 분명 도착하지 못했을 거라 말할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 도착했을 것이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 말할 수 있을까? 지식은 우리를 지혜롭게 만들지만 우주에 있을 거라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긍정적인 마음을 선사한다.
일하면서 결코 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혼자만의 시간을 웃으며 흘러 보내는 것처럼.
우리가 만들어낸 비눗방울은 분명히도 우주에 닿았을 것이다.
당신의 작은 시간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 오늘의 당신에게도 주어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을 위해 예쁜 비눗방울을 불어보자 천천히 조금씩 반짝이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드는 그 하나의 방울을 보면서 우리는 웃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다. 당신, 참 잘 견뎠고 잘 버텨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부디 웃고 있던 당신의 얼굴이 머릿속에 반짝이며 떠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