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순간

by 제 이

분명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처음 함께한 그 순간들보다 연락을 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굳이 나서서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고요한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이루기 위해 눈을 감았다.


둥. 둥.


불안정한 심장소리에 누군가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만 선불리 연락을 할 수 없다. 아프다는 핑계로

숨어버린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차마 연락은 못한다.


"잘 지내?"


"새해 복 많이 받아."


"요즘은 어때?"


"별일 없지?"


그 말 한마디면 되는데...


왜 그 말이 어려운지 모를 일이다. 너무 오랜 기간을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열심히 달려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전보다 여유가 생겨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 중인걸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건 갤러리 속에 있는 예쁘고 슬프고 안타까운... 수많은 감정들이 담긴 기억들 뿐이다. 어른들은 내가 가장 힘들 때 가장 예뻤다고 말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나도 힘든 시간 속이었다. 타인에게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무척이나 다른 모양이다.


내가 가장 필요할 때 어른들에게 듣고 싶던 말은 내가 곪아터지고 나서야 듣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유 없이 그 모든 말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모든 게 지쳐서 잠시 나를 돌아보기 위해 내려놓음을 선택했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고 또 나를 사랑했던 그들이 나를 잊고 잘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는 나를 위해주던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듣고 싶던 말을 그들이 해주었기에 나는 더 악착같이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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