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와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때의 우리는 두번째로 데이트를 하던 참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던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마주앉은 그를 낯설어 하고 있었다.
낯선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은 그가 어색했고 그의 눈을 바라보는게 두려웠다. 그래서 투명한 벽을
두고서 한걸음 뒤에 서서 마음을 좀처럼 활짝 열지 못했다.
앞서 우리의 알지못하는 관계를 걱정하던 내게 내 상황과 내 문제로 인해 다가서지 못하던 내게 모가 난 내 스스로가 그를 실망시킬 것 같아 거리를 두려는 내게 맞춰주고 참아주는 그런 그가 왜 나를 좋아해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런 예쁜 사랑을 망가진 내가, 매일을 죽고싶어하던 내가,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받을 자격이 있나 싶어져서.
그가 쏟아주는 사랑을 받는다는 게 처음인 나는 불안해져서 저녁을 먹으며 조심스레 그에게 불안하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는 그런 나를 잠시 응시하는가 싶더니 가수 박효신의 '이상하다' 라는 곡의 가사를 읽어주었다. 그 불안이 이상한게 아니라고 그럴 수 있다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본인이 맞춰 걷겠다고. 나는 그의 말을 듣고서도
여전히 겁이 났다. 그치만 동시에 그가 보여주는 그 사랑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한다는 건 간질거리고 몽글 거리지만 동시에 이상하고 불안하다. 겁이 나기도 하고 그에게 한없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본인의 방식으로 잔뜩 표현해주는 이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해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기다려준다.
서툴지만 손을 내미는 그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한 나를 다시 마주하는 순간 나는 그에게 마음을 온전히 열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이렇게나 이상하고 이렇게나 예쁘다. 천천히 내 속도에 맞게 내 마음이 가는대로 그냥 덧없이 그를 사랑해야겠다고. 그가 주는 사랑을 받아봐야 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따듯한 그가 곁에 있어서 나는 조금씩 더 나다운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와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