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조급한 하루를 보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하고서 한숨을 푹 쉬었다. 머그잔에 인스턴트커피를 타며 무거운 눈을 지그시 손으로 눌렀다. 조급하게 할 생각이 없었는데 분명히 전날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의 계획이 머릿속에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잘 맞췄다고 생각한 알람소리보다 30분 늦게 일어나고 날씨가 분명히 맑았는데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루를 보내려고 하던 마음이 비와 함께 차갑게 식는다. 이런 날에는 도통 일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초조해진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불안이 끝없이 요동친다. 끝도 없이 휘몰아치는 그 마음이 나를 집어삼키고 나면 나는 결국 마음이 초조해져서 실수를 하고 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그날 하루는 왜 그렇게 심란한 마음이 드는지 알 수가 없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그런 거라고 친구들이 말하지만 적당히라는 게 사실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안에 잡힌 강박적인 마음이 있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20대 초반에 시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졸린 눈으로 장터에 나가고는 했는데 벌써 여기저기 불이 켜져 있는 가게들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가 굉장히 게으르게 느껴졌다.
그 후로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대충 살아갈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몸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자주 보내고는 한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지치고 살아가는 게 재미가 없다는 마음마저 들고나서야 나는 내가 지쳤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몸과 마음의 신호를 잊고는 한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나가는 누군가도 나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마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햇살을 쐬러 나갔다. 어느새 소나기가 그치고 땅은 비냄새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하늘 위로는 다시 따스한 햇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습한 기운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다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은 여유롭다. 그냥 그 자리에서 그 존재만으로 빛을 내는 것 같다. 각자의 역할대로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 역시 내가 가진 무수히 많은 역할들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조급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조급하게 살아간다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그런 내가 살아나가도록 지탱해 주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라던가, 잠시 밖에 나와 자연을 감상한다거나, 혹은 함께하는 직장동료나 친구와 이야기를 한바탕 한다던가...
그 지탱하는 존재가 있어서 오늘도 조급하지만 그래도 자연처럼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이를 먹을수록 조급해지는 하루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나를 가장 나답게 바라봐주며 나를 지탱해 주는 존재가 있어 하루를 무사히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