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는 길이었다. 여름이 깊어지려는지 수국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너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꽃이 피는 것도 몰랐었는데 집 앞에 피어날 준비를 하는 수국이 햇살에 반짝였다. 스스로 꽃을 피우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타인의 표정과 말투로 인해서 모든 결정을 했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혼자 하는 결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없었다. 내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했다. 가끔씩은 나 자신은 멍청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가 너무나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있어봤자 쓸모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나니 그냥 타인에게 맞춰서 지내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웃으면 되는 일이었다. 속으로는 싫었지만 좋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모든 게 평화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그만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보니 나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자신이 없었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다. 마음 편하게 쉬고 싶었다.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잠시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산책을 시작했고 그제야 눈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 꽃을 피우려는 수국이 눈에 보였고 예쁘게 노래하는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렸다. 비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머리 위로 살랑거렸다.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금세 송골송골 이마에 땀이 맺혀왔다. 기분이 상쾌했다. 모든 걱정도 아픔도 생각나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아직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아름다워지고 싶다. 여름의 장마가 오는 계절이 되면 피어나는 수국처럼 그 위로 스스로 움직이는 모든 꽃들과 나무와 바람과 햇살처럼. 스스로가 온전하게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