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서울에 갈 때면 어른들이 장난스레 "서울 가면 코베인데~"라는 말을 하시고는 했다. 아직 어려서 순진했던 그때는 진짜 코를 베어가나 싶어서 코를 잡고는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어른들은 저런 말을 농담으로 던지고는 했을까?
그때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요즘은 그 농담의 의미를 알 것만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안으로 스며드는 세상이 점점 커지다 보니 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많아졌다. 좋은 쪽으로 맞춰가려고 노력할수록 나 스스로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을 숨기기 시작했고, 그러자 놀랍게도 점차 내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전에는 왜 은행원들이 잘 웃지 않았는지, 병원 앞에서 접수를 받는 원무과 언니들이 무표정으로 응대를 했는지, 왜 고객센터 직원분들이 전화도중에 한숨을 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서비스업종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분들의 심정을 알 것도 같았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제각각의 성향인 그들을 상대할 때 에너지가 그처럼 빼앗긴다는 것을 체감하고 나서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피곤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부분도 예민하게 굴고, 어떤 식으로든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계산된 모습들을 보면서 어릴 적 듣던 코베인다는 농담이 떠오르고는 한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제일 무서운 대상은 사람인 것 같다. 나는 타인의 보이는 면을 보고서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고는 한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올라오지만 녹녹지 않은 현실을 바라볼 때에 나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고는 한다.
결국 나를 갉아먹는 것은 사람들의 보이는 웃음 가득한 사진들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진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한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이질적인 느낌, 예전에는 그저 지금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감사했는데 지금은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사회를 겪어내야만 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렇게 살아갈 때에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내게 있어 '서울'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고 '코가 베인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내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