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국 유학 이야기 4

처음 방문한 현지 음식점

by 일당백

내게 있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비행을 마치고 마침내 청도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에 들어온 나의 눈은 곧바로 휘둥그레졌다. 눈앞에 펼쳐진 공항 내부는 빽빽한 한자들로 가득했고, 나의 양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나를 스쳐 지나갔다. 외국에 도착한 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류팅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찾고 곧바로 공항 1층에 있는 택시승강장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아빠가 미리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곧바로 아빠의 중국인 거래처 아저씨를 만나러 갔다. 그 당시 아빠는 조그만 사업을 하고 계셨고 그나마 물가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했다. 그래서 아빠는 예전부터 중국에 오고 갈 일이 많았고 이로 인해 중국에 아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이날 만나서 같이 밥을 먹은 아저씨도 아빠를 오랫동안 알고 계신 아저씨였다.


비록 호텔로 향하는 택시에서는 창문에 가려진 청도의 맑은 하늘을 자세히 못 봤지만, 호텔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서는 청도의 푸른 하늘은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중국의 해안가 도시인 청도는 어쩌면 한국사람들에게는 '칭다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텐데, 자연 풍경과 건축물이 워낙 아름다워 '동방의 스위스'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이곳의 하늘은 그 명성에 걸맞게 맑고 아름다웠다. 거기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기 전이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후, 저 멀리 아저씨가 보였다. 아빠는 아저씨와 반갑게 인사를 했고, 곧이어 우리를 아저씨에게 소개해 주었다. 아저씨의 성은 '공'씨이고 온화한 인상에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계셨는데, 인상이 좋아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아저씨는 엄마에게 안부를 물었고, 나와 언니에게도 친절하게 인사해 주셨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아저씨를 따라 현지의 유명 맛집을 방문했다. 음식점 앞 큰 간판이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우리를 룸으로 안내해 주셨다. 곧이어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룸에 들어간 후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은 원형 테이블인데, 테이블 위로 원형의 유리판이 한층 더 올려져 있었다. 아저씨는 익숙한 듯 메뉴판을 펼쳐 음식을 주문하시더니 곧이어 음식이 나왔는데, 직원은 음식을 일단 이 원형 유리판 위에 올려주었고, 우리가 외국인인걸 알아채고 손수 유리판을 돌리는 시범을 보여주셨다. 알고 보니 이 유리판은 돌아가는 구조였고, 유리판을 돌려 음식을 내 앞에 오도록 하여 공용 수저로 음식을 내 그릇에 담아 먹는 방식이었다. 처음 보는 테이블이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또 중국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어 물을 뜨겁게 마셨다. 음식점에서도 물을 달라고 요청하면 '카이쉐이'라고 불리는 뜨거운 물을 따라준다. 그리고 물을 따라 줄 때 주둥이가 굉장히 긴 주전자를 가지고 와서는 정확히 나의 찻잔에 물을 따라주는데, 이 모든 게 그 당시에는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와 아빠는 공씨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셨고 그러는 동안 음식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던 나는 그저 빨리 음식을 먹었으면 했다. 고개를 숙여 내 자리를 보니 나는 그제야 이곳의 젓가락과 숟가락이 한국과는 사뭇 다른다는 걸 발견했다. 한국은 얇은 쇠 수저를 사용하는 반면 중국은 길고 굵은 젓가락과 짧고 움푹 들어간 숟가락을 사용한다. 어린아이가 성인이 쓸법한 젓가락을 다루기란 여간 쉽지 않았고, 이런 굵은 젓가락을 사용하면 왠지 모르게 내 손의 감각도 따라서 둔해지는 것 같았다. 중국에 살 때도 이런 모양의 젓가락 때문에 꽤나 애를 먹은 기억이 있고 사실 지금도 완전히 컨트롤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하는 걸, 먹고살려면 그 나라의 물건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음식은 꽤 먹을만했다. 배려심 많은 공씨 아저씨가 외국인 입맛에도 무난하게 맞는 볶음밥과 두부요리, 튀김요리를 시켜주셔서 처음 방문한 현지식당이지만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샹차이', 즉 고수를 처음 맛봤는데, 역시 향이 너무 강해 한입 먹고 바로 포기 선언을 했다. 그 후로 나는 음식점에 가면 메뉴를 다 고른 후 마지막에 ‘부야오샹차이!'를 꼭 덧붙인다.


공씨 아저씨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휴식 시간을 가졌다. 청도에 대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온화한 기후와 맛있는 음식, 무엇보다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장차 이곳에 거주하게 된다면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클 거라고 생각했다. 잠에 들기 전 아빠는 우리에게 내일은 이곳에서 살 집을 보러 간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설렘을 가득 안은채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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