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멀리 살던 둘째 딸이 제일 늦게 영안실에 도착했다. 가족들은 이미 입관식을 끝내고 장례식장에 올라가고 없었다. 장례지도사는 마지막 가시는 아버지 얼굴을 늦게 온 딸에게 보여주려고 최종 단계만 남기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이 깨끗하니 참 보기 좋지요?"
오랫동안 지병을 앓으셨고, 이미 임종 사실을 알고 온 나는 그렇게 말하는 장례지도사에게 감사의 목례를 했다.
조용하고 평안한 표정의 아버지 모습은 장례지도사의 정성을 다한 손길에, 병마와 싸우던 치열함이 감춰진 채 딸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듯 깨끗하였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우리가 삶과 죽음 사이에 필요한 다리 같은 일이지만, 자주 접하는 직업은 아니다. 그(김새별)는 젊은 시절부터 장례지도사로 일하다가 유품정리사가 되었고, 더 발전하여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되었다고 한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김새별, 전애원 지음)>은 내가 관심 갖고 있던 이웃 블로거가 올린 서평을 읽고 알게 된 책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해 보니 책이 있어서 다운 받아 단숨에 읽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직원을 뽑는 면접 중에 한 말을 옮겨보면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하는 일을 알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고독사나 자살, 범죄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합니다."
범죄 현장인 경우도 어렵지만, 자살이나 고독사인 경우는 여러 달 방치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기도 하단다. 비극적인 죽음은 남아있는 가족들이 현장을 직접 정리하기는 힘들기에 대신해서 고인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유족의 아픔을 지워준다는 필자는 자신들을, '어제 이곳에 살던 고인을 오늘 천국으로 이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이 83.3년이라는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나이니,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기획해 보는 것도 좋지만 떠난 후를 생각하며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죽음은 아직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말한다.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르는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라고.
나의 장례식(연극도 있다.)이나 죽음 체험뿐이 아니라, 유언장 쓰기 등의 활동이 있는 것을 보면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떠날 때는 아무것도 지니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질에 대한 집착을 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대목도 있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물질에 대한 숭배와 집착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 후에 남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다."
필자는 주변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을 제안한다. 원래 이 7계명을 소재로 글을 쓰려고 했으나 생각이 바뀌어서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1. 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2. 직접 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 보세요.
3. 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4. 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5. 가진 것들을 충분히 사용하세요.
6. 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7.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한 집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버리지 못하고 안고 사는 물건이 꽤 많다.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누구 때문이 아닌 나를 위한 삶, 가진 것을 충분히 사용하였다면 가는 날 후회가 없겠지. 직접 하기 힘든 말은 유언장도 좋고 비망록도 좋으니까 기록해두면 남은 식구들의 상실감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나중에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편집하여 글을 쓰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것이다. 살면서도 추억을 모아 그때그때 꺼내 보는 재미가 즐겁지만, 나중에 남은 식구들이 글과 사진을 보며 우리를 추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떠난 후에 남는 것을 생각하며 나와,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많이 사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면서 슬기로운 노년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