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이상 독서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내 수준에 좀 어려운 책을 골랐는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유용한 책이란 생각이 들어 끝까지 읽었다. 2주 이상 이 책을 붙들고 씨름한 것 같다.
제목은 <인류, 이주, 생존>이고 작가는 소니아 샤.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과학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오래전에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상의 모든 딸들>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검색하니 2019년에 30주년 기념으로 기념 에디션으로 다시 나왔다는 소식이다. 그 당시 베스트셀러였는데 그 책을 읽기 시작한날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책이었다.
물론 역사적 기록이 없으니 그 시대를 묘사한 모든 것이 작가의 추리로 이루어진 것일 테지만, 생생하게 표현된 이야기에 폭 빠져 실제로 내가 그 시대를 살아본 양 감동을 받았었다.
과연 옛 조상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궁금했다. 우리말이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라고 분류된다고 배웠는데(요즘 언어학자들은 트랜스 유라시아 언어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 시대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순우리말을 쓰지 않았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분명 한반도로 이주해 왔을 텐데 언어의 유사성을 찾아가 보면 어디서 왔는 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혹시 타임머신을 발명하게 된다면 9천 년 전쯤으로 가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생물은 이동한다 - 곤충, 동물뿐이 아니라 식물들도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는데, 인류도 마찬가지로 이동(여행이 아닌)하고 있는 점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바둑판 점박이 나비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활동 반경이 좁은 바둑판 점박이 나비의 개체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서식지를 옮긴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연구를 시작으로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모든 대륙과 대양에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밝혀내게 된다.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이동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사실은 더 북쪽으로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인류 역시 이동 중이다. 홍수, 폭풍,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피해, 혹은 불안정한 국가에서 폭력과 박해를 피해,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이동도 있다.
이민, 난민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정치적인 설명이 따르게 된다.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많은 이주민들에 대한 기득권자들의 편견과 차별을 초래하게 되었다.
18세기 린네의 분류법 이후 백인과 흑인(황인종도 마찬가지)을 다른 종으로 보았다. 즉 백인만 인간이고, 다른 인종은 인간이 아닌 아종으로 보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야생 동물처럼 취급당한 아프리카 소녀(죽고 난 후 피부의 일부를 박제로 만들어 인류사 박물관에 전시되었다고 한다.)나, 동물원에 갇혀 구경거리로 만든 피그미족 청년의 이야기가 예로 나온다.
우생학이 등장하고, 우성과 열성의 형질 유전에 대한 지식이 생기고, 또다시 백인 우월주의가 등장한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인류의 조상이 같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영향력이 약했다.
인간 아종 이론의 득세는 외국인(유럽인 외의 인종)은 유럽인과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심어준 모양이다. 인종의 잡종화는 잡종의 신체적 퇴화를 초래하므로 다른 인종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단다. 이주를 막는 인종 이기주의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한 듯하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 불법으로 지중해를 건너다 죽거나, 미국과 멕시코의 높은 국경을 설치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의 아집은인종 이기주의의 연속으로 보인다. 어쨌든 인류는 어딘가(아프리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에서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고, 이 책은 그 현상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GPS 태그로 동물들의 대대적 이동이 파악되고, DNA 분석을 통해 5 대륙의 인류의 조상이 같다는 사실이 밝혀 졌다.
인류의 이동은 여러 생물의 이동과 마찬가지로 대륙과 대양을 가로질러 이동했다는 사실이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동한 인류는 새로운 환경, 즉 기후, 음식, 병원균에 사람의 몸이 적응하면서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 여러 인종으로 특징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주의 이유는 기후의 변화, 자연재해 외에 경제적, 정치적 이유가 많은 것 같다. 직업을 구하려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난민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피난민 행렬도 인류의 이동인 셈이다. 소설이나 에세이같이 읽기 편한 책이 아니라 책장 이 잘 안 넘어갔지만, 나를 흥미롭게 만드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대학 시절 공부하듯 열심히 읽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라고 이 책 표지에 대표 문장을 올려놓았다. 인류는 지금도 이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류의 조상은 같은데, 다른 인종이라 차별하고, 배타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단일 민족의 배타적인 관념을 벗고 외국인의 이주에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