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살피다

<책리뷰>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김은주)

by 세온

김은주 작가의 <나라는 식물을 키워 보기로 했다>를 읽은 것은 몇 달 전의 일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읽어 보았다.

김은주 작가는 <ㅣcm 시리즈>로 유럽, 아시아 12개국에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으며,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유럽, 미국, 호주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워리 라인스라는 사람이다. 성별, 인종, 나이는 베일에 싸여있지만 심플한 라인과 채색으로 그려낸 통찰력 있는 그림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림이 책을 읽는 내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김은주 작가는 자신을 글 쓰는 가드너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드너는 정원사를 뜻한다. 정원을 설계하고, 만들고, 가꾸는 일을 하는 것이 정원사이다. 실제로 정원을 만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나 화초는 키워본 것 같다.

나도 아파트 베란다와 거실에서 화초를 키운다. 화분이 큰 것 작은 것 합해서 80개 정도 되면 나도 식물 기르기에 아마추어 정도는 될까?

화초를 잘 가꾸는 첫 번째 방법은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화초마다 물을 흡수하는 속도가 다르다. 어떤 화분은 빨리 마르고, 어떤 화분은 천천히 마른다.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어야 하느냐 란 공식이 있는 게 아니라, 사실 화분이 마르면 그때 물을 충분히 주면 된다. 물을 잘 흡수하지 않는 성질의 화초에게 물을 자주 주다가 뿌리가 썩어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들여다보지 않으면 물을 제때 주지 못해 말라죽는 일도 생긴다. 시든 잎이나 꽃도 제거해 주어야 영양분을 뺏기지 않는다.

식물을 키울 때 우리는 물도 주고, 햇빛도 쬐게 하고, 때로 영양소도 넣어 주기도 한다. 매일매일 들여다 보고 병충해는 없는지, 화분의 물이 마르지는 않았는지, 낙엽진 잎은 없는지 살펴보며 정성으로 키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우리는 아이가 배고플까, 추울까, 원하는 것이 무얼까, 고민거리는 없는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해 주려고 하지 않는가.
나를 식물처럼 정성을 다해 키우는 일. 아이를 챙기듯, 식물을 기르듯, 나를 챙기는 일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본다.

나라는 식물을 가꾸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나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기분은 좋은지, 건강 상태는 양호한 지, 먹을 것이 필요한지, 따뜻한 차 한 잔이 필요한지, 약간의 휴식이 필요한지... 내가 필요한 것은 무얼까, 내게 고민거리는 뭘까, 어떻게 해결해 줄까...


먼저 나를 사랑하되, 이기적이 되지 않도록 하며,

나를 사랑하는데 방해가 되는 사람은 투명 망토를 꺼내 씌워서 없는 셈 치고,

화가 나면 다른 사람을 위로하듯이 나를 위로해서 화를 풀게 만들고,

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챙겨 먹으며,

울고 싶을 때는 울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찾아주어 실컷 울게 하고,

나를 위해 내 마음대로 쓸 시간을 마련해 주고,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재킷 리스트(지금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며,

나를 위해 좋은 물건을 사고,

나의 인생 주제를 정하여 실천해 보며,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 주는 시럽 같은 음악이나, 책, 옷, 음식, 드라마 같은 것의 리스트를 정해서 내게 선물하기,

심리적 샤워, 언어의 무소유, 웃지 않을 자유, 웃어넘길 마음의 여유, 충분한 시간 주기, 질문받지 않을 권리, 침대 위에서 충분히 쉬기,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늘 곁에 있어주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기...


작가는 하나하나 경우를 들어가며, 그에 맞추어 자신을 보살피고 가꾸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그대로 실천하면 자신을 좀 더 편안하게, 잘 지낼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자존감이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나를 보살피고 챙기라지 않는가. 내가 중요하다지 않는가.

아내와 엄마, 며느리라는 위치는 늘 누군가를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식구들 입을 먼저 챙기고, 내게 좋은 것을 사 주는 일보다 식구들에게 좋은 것을 먼저 챙기게 되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보다 내 시간을 가족을 위해 쓰기를 주저하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 길다.

어쩌면 아이가 다 커서 내 손이 갈 필요가 없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위해주고 사는 남편의 보살핌이 당연해져서, 어렵던 사이이던 시부모님도 돌아가시거나 아기 같은 노인으로 힘이 빠지셔서, 나를 돌봐도 되는 시점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화가 나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나를 보살펴 주어야겠다.

나를 위해 좋은 것을 마련해주고, 나를 걱정하지 않게 보살펴주며,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겠다.

사실 지금 밤늦게까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나를 위해 좋은 시간을 주고 있는 셈이다. 나의 건강을 위해서 이제 잠을 충분히 자도록 나를 보살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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