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서 책을 빌려서 볼 때는 가끔 일주일 동안 읽으려고 빌려온 세 권의 책을 12시를 넘겨 새벽까지 결국 하루에 다 읽어 버린 경험이 있기는 하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젊었을 때다.
하는 일의 종류도 많아지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 책 한 권을 잡고도 열흘을 넘기기 일쑤다. 그런데 이 책은 사나흘 만에 다 읽었다.
50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현직 교도관의 생생한 직장 생활 체험기다. 쉽고도 재미있게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기처럼 써 내려간 교도관의 일상 이야기에 며칠 폭 빠져 지냈다.
교도관 또는 교도소 하면, 외화 '쇼생크 탈출'이나 한국 영화 '하모니', '7번 방의 기적'을 보고 얻은 지식 정도이다. 교도관은 죄수를 상대하여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니까 엄격하고 매서울 거라는 선입견도 있었을 것이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교도소를 지키기 위해 오후 5시에 출근,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눈을 붙이지 못하고 꼬박 날을 세우는 특수한 근무 방식의 고충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생활이다.
살인자에게서 뜻밖의 레모나 선물을 받기도 하고, 치매 노인 수용자에게 준 사탕을 도로 선물 받기도 하는따스한 이야기도있는 곳이란다.
첫 돌잔치를 교도소 직원들이 준비해 준 장면은 영화 '하모니'에서 본 장면과 닮았다.
어린 소년수와 할머니 이야기, 가족 만남의 날에 늘 양념통닭을 사 오시는 아버지와 묵묵히 양념통닭을 먹는 아들 이야기는 어려운 환경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진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느껴졌다.
하지만 칫솔을 삼킨 수용자의 자해 소동, 여사에서 무방비로 매 맞는 여자 교도관을 도운 일, 수제 칼을 형광펜 속에 숨겼다가 휘두르는 수용자를 제압하는 이야기는 늘 불안하고 위태로운 교도소 내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자살하려는 수용자를 구했으나 결국 사망한 일, 자살한 수용자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 교도관 이야기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작가 본인은 원칙에 따라 깐깐하게 대하는 엄격한 업무 스타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용자를 때로는 따뜻한 말한 마디로, 교화를 위한 충고로, 어려운 고충을 해결해 주기도 하며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절한 교도관의 모습이다.
재미난 이야기도 많다. 개그콘서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코믹한 이야기는 배꼽을 잡고 읽어야 한다. 종교인들끼리 기싸움을 하다가 목탁과 찬송가의 화합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무시무시한 덩치의 조폭들이 공깃돌 놀이에 진지한 모습이라든지, 그 외에도 재미있는 일화들을 많이 소개한다. 사람 사는 곳이니 무섭고 딱딱한 이야기만 있는 곳은 아닐 것이다.
감동을 주는 일화도 많다. 동생을 챙기는 어린 언니의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는 이야기에 나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다행히 집행유예로 풀려나온 엄마와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뒷소식까지. 억울한 복역을 한 수용자를 믿어주고 챙겨준 박종덕 교도관과, 무기수였지만 30년 징역 후에 가석방으로 나와 건설회사 사장으로 성공하여 강사로서 교도소를 방문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차량절도범 이야기나, 결국 살인범이 된 친구 이야기는 수용자의 교정교화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어두운 면이다.
세월호 사건 때 목포에서 근무한 관계로 당시 수용자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사건을 접하며 가슴 아파한 내용도 있었다.
50가지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나열할 수는 없다. 그 이야기들이 90% 이상 실제로 있었던 논픽션이기 때문에 더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는 꼭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 몇 있다. 장례지도사라든지 교도관도 이에 해당될 것 같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니, 그분들의 사명감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사명감을 갖고 자긍심을 느끼며 사랑해 왔음을 고백한다.
나도 내가 39년 동안 몸 담았던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자긍심을 느끼며 사랑해왔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교사 생활에,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다는 응답이 삼분의 일 밖에 안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씁쓸해진다. 교사든, 교도관이든, 장례지도사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