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해보기로 했다

<책 리뷰> 필사/쓰는 대로 인생이 된다(김시현)

by 세온

캘리그라피 공부를 하려다가, 필사에 관심이 생겨서, 필사를 캘리그라피 글씨로 연습하면서 옮겨 쓰는 계획을 세웠다.
필사에 관한 책을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마침 '필사/ 쓰는 대로 인생이 된다'(김시현 저)라는 책이 있어서 바로 다운받았다.

서예도 처음 배울 때는 견본 글씨나, 서예 책을 보고 연습한다. 피카소도 처음에는 그림을 베껴 그리기 시작해서 화가가 되었고, 모차르트도 헨델의 악보를 베끼다가 작곡가가 되었다고 한다. '글쓰기도 모방부터'라고 작가는 말한다. 실제로 필사를 하다가 작가가 된 사람의 책이다.

작가가 필사를 시작한 것이 2007년이라고 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16년인데, 필사를 하다가 4년 만에 작가를 꿈꾸었고, 8년째 되는 해에 첫 책을 출간하였고, 10년이 되니까 5권의 저서를 가진 전업 작가가 되었단다.
필사는 책 한 권을 통째로 베끼는 전체 필사와, 일부 문장을 부분만 베끼는 것을 부분 필사가 있다. 내가 하는 필사가 부분 필사인 셈이다.
전체 필사 에피소드로는 작가 조정래님이 며느리에게 10권이나 되는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하게 한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인내를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필사를 하게 되면 문장을 쓰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으리라. 조정래님은 열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베껴 쓰는 것이 독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독서는 눈으로 글을 읽는 행위지만, 필사는 마음으로 글을 만지는 행위이다.
- 필사를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필사를 통해 머릿속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정화되며, 안정을 얻었다고 말한다.
- 필사는 독서보다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이다.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책을 한 번 그대로 베껴 써보라.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고,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에 대해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는 필사를 하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드디어는 작가로 성공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누구나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물론 어려운 고비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단단한 땅에 물이 고인다.'라는 속담도 그 뜻을 헤아려보면, 시련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이니, 시련이나 고비는 우리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도 남편의 병으로 큰 어려움을 당했을 때, 아무도 없는 외래병동에서 엉엉 울면서 돌아다녔고, 심한 스트레스가 쌓여 괴로울 때는 천냥하우스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물건을 쇼핑하면서 마음을 다독거린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책을 읽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필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필사를 했을 것 같다. 실컷 울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어 위로를 받고, 물건을 고르고 담는데 집중하다 보면 근심을 잠시 잊게 되지만, 필사는 좀 더 발전하여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 수업하려고 필사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정신 수양에도 명상 못지않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련을 이겨내는 데도 상담보다 더 좋은 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은 기본이다.
필사할 내용을 고르느라고 책 내용의 대강을 훑어보는데,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더니, 한 페이지 골라 필사하니까 내용이 쏙쏙 잘 이해되는 느낌이다.
캘리그라피 글씨로 필사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냥 내 글씨체로 필기하는 것과 달라서 몇 번이나 새로 시작해서 써 보았다. 그리고 원하는 문장까지 다 쓸 수 있는지 세 번을 완성해 보았다. 최종 글씨를 올려본다. 아직 글씨 모양은 이것저것 연습해 보는 중이다.

20220520_233852.jpg <필사/ 쓰는 대로 인생이 된다. p.262>

<나는 교도소에 매일 들어간다>를 쓴 김성규 작가는 조정래님의 태백산맥 10권을 필사했다고 한다. 그 힘으로 교도관이던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조정래님의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했다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보성군 벌교읍에는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필사한 노트를 기증받아 전시를 한단다.


필사 노트는 생각을 반복해서 트레이닝하게 한다. 글을 쓰는 순간 머리와 마음, 손이 다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손은 뇌의 전두엽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두엽은 뇌 앞쪽에 위치하여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각종 정보를 조정하에 이성적으로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복잡한 추리, 섬세한 계획, 문제 해결도 전두엽이 담당하는 영역이다.
뇌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발달한다. 뇌 발달, 특히 전두엽 발달에 좋은 것은 독서, 상상, 눈빛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대화, 촉각 자극, 섬세한 손놀림 등이다. 독서, 상상, 소통, 촉각 자극 등 전두엽 발달에 가장 좋은 행위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행동이 바로 필사다.


눈으로 하는 독서보다, 자판을 두드려 책을 베껴 쓰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쓰는 필사가 신체 감각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손과 뇌는 상당히 관계가 깊어서 어린이 교육이나 치매 예방에 손가락 운동 요법을 많이 활용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구체물 조작 훈련은 필수 활동이며, 색종이 접기 같은 활동은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필사도 손으로 하는 활동인데, 글을 옮겨 쓰는 동안 그 글의 내용을 곱씹어 생각하는 활동까지 곁들이니 당연히 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직 태백산맥 전권은커녕, 책 1권도 옮겨 쓸 용기가 없어서, 부분 필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작이니 해 보고 자신감이 붙으면 책 한 권 필사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작가는 책 내용의 반 이상을 필사의 필요성에 관해 역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방 - 습작 - 창조로 이어지니 창작을 위해선 우선 필사를 하라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명문장을 만나면 무조건 쓰라고 권한다. 눈으로 읽거나, 소리 내어 읽는 것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사를 강조한 내용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전해지고 있다.
또한 세종대왕은 100독 100습의 독서법을 15년 동안 실천했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이다.

화가의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면서 화풍을 익히고 악보를 베껴 그리면서 음악의 구조와 패턴을 익히고, 시나리오를 똑같이 필사하면서 이야기의 형태와 구조를 알게 된다. 이른바 명작의 패턴을 인식하게 된다. 패턴을 인식하게 되면 유사한 패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유사한 패턴을 만드는 것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독특한 패턴을 만들기 시작한다.


필사를 하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노트를 마련하고, 좋은 필기구를 준비한다. 자기가 닮고 싶은 사람의 글을 선택하고, 초보자는 우선 하루 15분 정도 필사를 한다.
현자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로, 문장의 토씨 하나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옮겨 적는다. 여백을 만들어 두었다가, 필사하다 떠오르는 생각을 여백에 적어둔다.
첫 번째 부분 필사를 마무리하고 전체 필사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나태주 시인의 <끝까지 남겨두는 그>를 다운받아 두었다. 시집이라 부담이 덜 갈 것 같다.

내가 필사를 하려는 이유 중의 하나가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밀리의 서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내 서재에서 사라져 버린다. 처음에는 책 리뷰를 써서 간직하려고 했는데, 필사하면서 글을 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필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필사만 할 게 아니라 내 생각도 곁들여 글에 담아두면, 좋은 독서 기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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