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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un 22. 2022

재미있게 살기

< 책리뷰> 어른의 재미(진영호)

 - 아이들은 까꿍 놀이, 잡기 놀이만 해도 재미있어하는데, 왜 어른들은 재미있게  사는 게 이토록 어려울까.

 아이들은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같이 어울려 재미있게 논다. 작은 막대기, 돌멩이를 가지고도 쉽게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낸다.

 필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실천하려던 중에 어떤 블로그 이웃이 <어른의 재미>라는 책을 필사한다기에 얼른 전자책(밀리의 서재)을 다운받아 두었다.

 다른 일로 바빠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찾아보니 서비스 날짜가 5일 남았단다. 깜짝 놀라 이틀 만에 읽어버렸다.


 저자 진영호님은 40년 가까이  금융투자업계에 몸담고, 기관투자자  일을 해 왔으며, 현직에서 은퇴한 후 재능기부, 봉사활동, 어학공부, 운동,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를 중년 세대와 은퇴세대를 위해 글로 풀어놓는 것이다.

 요즘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바빠서 재미를 느낄 새가 없다.' , '뭘 해도 재미없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의욕도 없어서 무기력과 권태를 느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란다. 물론 재미있게 산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 부자는 아니지만 생활을 하는데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자긍심이 있었고, 대하는 대상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보니 그 아이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더없이 즐거웠다.

 뭔가를 만드는 특기와 취미를 살려 끊임없이 교구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환경을 철 따라 바꿔가며 장식하는 일도 재미있어했던 것 같다.

 회사와는 좀 다른 시스템이라고 할까.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던 39년의 세월 동안 나는 참 재미있게 직장 생활을 했다.  

 은행에 다니던 동서에게 일이 재미있느냐고 물어본 적 있었는데, '일을 재미로 하나요. 돈 벌려고 하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늘 같은 류의 업무, 같은 류의 고객을 대하기 때문이었을까.

 회사를 나가기 싫어하거나,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직업 선택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직장에도 적응을 못하고  병이 나거나, 조기퇴직을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직업이 특별히 재미있어서라기 보다는 나의 적성과 맞아떨어져서 그런 건가 싶다.


  사람들은 왜 재미가 없어할까.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삶이 지루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이 잘 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사는 게 재미가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삶의 지루함을 느낄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체력을 기르라고 권한다.

 재미있는 삶을 지향한다는 것은 유흥과 여가 만을 좇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내가 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 일에서 소외된 삶은 우리를 무력하게 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살면 마냥 좋고 행복할 것 같지만, 몸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장기휴가보다는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즐기는 휴식이 더 재미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재미있게 살고자 본업을 섣불리 버리지 말아야 하며, 다른 삶에 대한 환상에 자극받지 말고 나 다운 것이 최고임을 알고, 나에게 맞는 속도로 그냥 내 인생을 살면 된다고 충고한다.

 그 외 작가가 제시한 재미있게 살기 위한 자세를 몇 가지만 열거해본다.

 - 주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라. 

 - 혼자 하지 말고 타인의 힘을 빌려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라.

 - 우선순위를 세워서 시간을 잘 써야 한다.

 - 일과 휴식을 확실하게 구별하라.

 - 한 가지 취미보다는 여러 취미를 즐기고 다양한 즐거움을 찾는다.

 - 새로운 공부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떠나라.

 - 나, 가족, 일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작가는 재미있는 삶을 위해 체면을 내려놓고, 배움 앞에서 두려움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인생에 한 번은 도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지속적으로 매일 조금씩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이는 은퇴한 사람들에게도 맞는 충고지만, 직장에 적을 두고 있는 중년에게도 필요한 조언으로 여겨진다.


 처음 직장에서 정년을 2년 앞두고 명퇴를 결정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 일을 하는 것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그만두었을 때, 소외감, 상실감으로 우울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거금을 들여 재봉틀을 사고 수업을 신청해서 6개월 이상을 그 일에 빠져들었다. 돈은 들었지만  무료한 시간에 발목을 잡히지 않았으며, 우울증 하고도 친구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딸 식구가 6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했고, 딸이 직장을 나가게 되면서 손녀 돌보미를 맡게 되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을 전화, 문자, 카톡과 검색 기능으로만 사용하던 사람이다. 더구나 컴퓨터는 직장을 퇴직한 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우연히 만든 블로그로 글 쓰기를 시작했고, 브런치까지 도전하여 작가에 합격했다.

 산행기를 쓰기 시작하자 남편도 사진에 더 적극적이 되고, 우리는 예전에 안 하던 블로그,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재미에 푹 빠졌다. 대단한 변화다.

 브런치에 잠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이 있었으나, 잘 모르던 기능을 더 공부하게 되었다. 지금은 해결되어 다행이다.

 글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해서 공부도 한다. 쓰고 나서도 둘이 쓴 글을 읽으면서 의견을 주고받고 수정을 하기도 한다. 원래 대화를 잘하는 사이이긴 했지만 공동 관심사로 인해 대화가 더 많이 늘었다.

  은퇴 후 우리의 삶은 아직 미완성이다. 함께 여행 다니고, 여행기를 쓰는 생활이 즐겁지만, 그다음의 즐거움을 위해  꽃을 가꾸려고 주택살이를 준비 중이다. 주택으로 이사하는 꿈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뭔가를 또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가 주문한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체력이다.

 대한민국 현직 CEO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는데, 업무 수행 시 어떤 기술이나 재능이 더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체력'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하고 있고, 또 하고자 하는 재미난 일들이 우리 나이에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아직 튼튼한 다리와, 잔병치레 별로 하지 않는 건강함이 있으니, 우리에게 맞는 속도로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인생을 즐겁게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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