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새 May 24. 2023

휴양림처럼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 먹기

  산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숙소를 휴양림 숲 속의 집을 이용할 때가 많다.
 휴양림 자체가 잘 조성된 숲이어서, 그곳을 이용하는 숙박객은 휴양림의 자연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숙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휴양림이나 산책로 정도는 기본이고, 잘 알려진 산의 등산로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또 짚라인 같은 시설이나, 숲 속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런 체험을 염두에 두고 숙박하는 경우도 있다.
 그보다 가장 큰 즐거움은 집안에 냄새 배는 걱정 없이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도 처음에는 숯과 철망을 준비하고, 야외 테이블에서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남편이 고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매주 가게 되니까 슬슬 귀차니즘으로 프라이팬에 간단히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찌개 같은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많아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마당 한 바퀴를 돌며 꽃과 나무와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듯, 저녁을 먹고 나면 커피 타임을 거실 앞마당에서 하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어스름이 내려앉는 풍경을 즐기면서 볼에 바깥공기를 느끼는 일. 휴양림에서 하던 그 느낌 그대로다.
  오늘도 점심 먹고 마당 일을 열심히 했다.
 어느새 저녁 할 때가 되어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아침 산행 도시락 싸려고 밥을 많이 했는데 취소하는 바람에 아침밥이 남아있었다.
점심은 원주 다녀오면서 천서리 막국수로 해결하고 들어왔고
 식은 밥 해결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라면 끓여 밥 말아먹기다. 
 어제 야외 테이블이 배송되어 와서 조립했는데, 생각지도 않고 니스를 칠하는 바람에 마르지 않아 개시를 못 하였다.
 그래서 야외 테이블에서 라면 끓여 먹자!로 의견 일치하고,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가스버너, 웍, 라면, 밥, 김치, 수저를 준비하고, 커피를 끓이기 위한 준비물까지 챙겼다.
 휴대폰으로 TV도 켜 놓고.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먹으려는데 아뿔싸 라면 담을 국그릇을 안 갖고 나왔다. 수저는 갖고 나왔는데 국자도 없다.
 준비물이 꽤 많아 잘 챙긴다고 했는데 빠뜨린 게 두 가지나 있어서 같이 웃었다.
  공기 그릇 하나로 번갈아가며 잘 먹기는 다.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 타임까지 즐기니 휴양림 느낌이 그대로 났다. 야외에서 느끼는 바람, 초록색 전망, 생태공원 연못의 개구리 소리, 어스름 하늘의 눈썹달까지.
 주택으로 이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다.
 아직은 모기떼가 극성인 편은 아니라 야외 저녁식사를 좀  즐겨도 될 것 같다.
 6월 초에 딸네 식구 셋이 일박하겠노라고 계획을 알려왔으니, 그날 저녁에는 제대로 준비하여 바베큐 파티를 해야겠다.
오늘도 열심히 마당일을 했다. 도로 쪽 텃밭에  철망 세워 놓고 타고 올라가라고 넝쿨 채소들 심고, 마사토 만으로 채워두었던 삽목장에 흙과 퇴비를 섞어 꽃밭 조성하기. 삽목장이 너무 큰 데다, 생각보다 햇빛이 잘 드는 편이라서 거기도 강한 햇빛이 아니어도 되는 꽃밭으로 만들어볼 참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아남은 양귀비와 안개초.
달랑 한 포기씩이지만 내년에는 더 많이 피겠지.

 역시 아파트 출신 모종. 수레국화가 피다. 바닥에는 올봄에 뿌린 수레국화 등이 다글다글 올라온다.

  프롬천인국이다.

샤스타데이지도 피었다.

 두 달이 되도록 싹이 안 나 죽은 줄 알았던 사과대추나무 싹이 꽤 나와서 다행이다. 나무를 심어준 조경업자 말에 의하면 대추나무가 원래 싹이 늦게 나온다고 한다.

 금계국을 샀다. 길가에 흔하게 보이는 금계국과는 조금 다르다.

 꽃과 자연과 더불어 휴양림 같은 내 집에서 꿈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사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